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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부검의 “김정남, 소변서도 VX 검출…장기 다수 손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시신은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의 영향으로 뇌와 양쪽 폐, 간 등 주요장기가 다수 손상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3일 김정남 살해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29)에 대한 2일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그의 시신을 직접 부검한 두 명의 전문가 중 한 명인 모하마드 샤 마흐무드가 증인으로 출석해 부검 결과를 설명했다.

재판부에 제출된 11페이지 분량의 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VX 신경작용제는 김정남의 얼굴 뿐 아니라 눈과 혈액, 소변, 의류, 가방 등에서 고루 검출됐다.

모하마드는 김정남이 뇌의 일부와 양쪽 폐, 간, 비장 등이 충혈되거나 부어오르는 등 손상된 상태였다면서 “사인은 급성 VX 신경작용제 중독”이라고 밝혔다.

독성검사 결과 김정남의 시신에서는 당뇨와 고혈압, 통풍 치료를 위한 약물의 흔적이 나왔지만 사망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되지 못했다고 모하마드는 강조했다.

실제, 김정남은 사망 당시 신경계가 기능하는데 필수적인 효소가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말레이시아 정부 소속 병리학자 누르 아쉬킨 오스만은 이날 법정에서 “김정남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혈중 콜린에스테라아제 효소 농도가 리터당 344개로 정상치(리터당 5천300개)에 크게 못 미쳤다”고 진술했다.

콜린에스테라아제 효소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며, 부족할 경우 근육 마비가 초래된다. 이는 VX 신경작용제에 노출됐을 때의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

누르 아쉬킨은 “김철(김정남의 가명)의 시신에서 발견된 효소가 정상치보다 적었던 것은 살충제나 신경작용제 같은 독에 의한 것일 수 있다”면서 VX 신경작용제에 노출되면 땀을 뻘뻘 흘리거나 구토를 하는 등 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첫 공판에 출석했던 공항 진료소 의료진의 진술과 일치한다.

반면, 김정남이 살해된지 이틀과 사흘째 되는 날 각각 체포된 도안 티 흐엉과 시티 아이샤의 혈중 콜린에스테라아제 효소 농도는 정상치를 보였다.

시티 아이샤의 변호를 맡은 구이 순 셍 변호사는 기자들을 만나 혈중 효소 농도가 정상치라는 분석 결과는 피고인들이 VX 신경작용제에 노출된 적이 없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누르 아쉬킨은 VX 신경작용제의 효과는 분량, 농도, 사용형태, 노출시간은 물론 손을 씻거나 해독제를 투여하는 등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은 지난 2월 13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살해 의도를 갖고 범행했다고 보고 살인 혐의로 기소했지만, 두 피고는 리얼리티 TV쇼 촬영을 위한 몰래카메라라는 북한인 용의자들의 말에 속았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이들에게 VX 신경작용제를 주고 살해를 지시한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당일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한편, 김정남의 체중은 사망 당시 96㎏이었으며 가슴과 팔, 등에는 불을 뿜는 용과 물고기 비슷한 동물을 낚는 사람을 그린 문신이 새겨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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