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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 ‘구해줘’ 김성수 PD “‘왜 사람들은 사이비에 빠지는가”

“사이비 종교를 고발하기 위함 보다는, 왜 사람들은 이상한 종교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OCN 드라마 ‘구해줘’의 세상 속 어른들, 특히 ‘아빠’라는 존재는 어딘가 비틀어져 있었다. 사이비 집단에 빠진 상미(서예지 분)의 아버지 임주호(정해균 분)와 겉으로는 따뜻하고 정직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까만 야욕을 숨기고 있는 무지군 군수이자 상환(옥택연 분)의 아빠 한용민(손병호 분) 등 극중 저마다 부족하고 어리석은 ‘어른’의 표본이었다.

정이도 작가, 김성수 PD / 사진=OCN




김성수 PD는 “개인적으로 아빠들에게 더 애정이 간다”고 말을 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성수 PD는 아버지들의 어리석음은 지금 우리가 처한 역사의 한 면이다. 그렇다고 ‘상미아빠는 왜 저래’라고 단순하게 비난을 하기에 앞서, 그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순간 모순된 지점을 발견하고 인간의 깊은 내면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구해줘’에는 정말 어리석은 어른들로 가득해요. 특히 아버지들이 문제가 많죠. 그리고 그러한 어른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했죠. 처음 ‘구해줘’를 시작할 당시 대한민국 사회가 굉장히 혼란스러운 시기였어요. 그래서 ‘뭐가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드나’를 고민하게 됐고, 기성세대들이 만드는 어리석음이 이 나라를 만들고 끌고 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죠. 무지군이라는 가상의 마을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그리고 싶었죠. 무지군은 어른들의 어리석음을 상징해요. 이런 무지군, 어리석은 세상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들 앞에 닥친 문제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스스로를 구하고 버텨나가면서 진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를 담아내고 싶었죠.”

김성수 PD는 “우리 사회가 너무 작은 외침들에 대해 외면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봤다. 그런 상황 속에서 상미가 외친 ‘구해줘’라는 작은 외침이 아이들을 어떻게 희망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을 했다.

“시청자들에게 내가 외면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원작 웹툰인 ‘세상밖으로’에서도 ‘도와줘’라고 외치는데, 그 한 컷이 ‘구해줘’라는 드라마를 만들게 되는 출발선이었죠. 늘 하는 이야기이기는 한데 ‘구해줘’라는 말을 듣지도 하지도 않는 사회가 되게 하려면 ‘어떤 것들을 잃지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김성수 PD는 ‘구해줘’에 나타난 그릇된 어른들, 옳지 못한 아버지들에 대해 “여기 아빠들은 모두가 다 ‘가족을 위한 일’ ‘너를 위한 일’이라고 말을 한다. 이 같은 부분은 우리 아빠세대들이 주로 해오고 또 보여주었던 일”이라며 말을 이어왔다.

‘구해줘’ 김성수 PD / 사진=OCN


“‘가족을 위해서 그랬어’라고 말하는 ‘구해줘’ 속 아빠들처럼 실제로 많은 아빠들, 즉 어른들은 무엇이 잘못 된지 모른 채 그것이 맞다 생각하고 살아왔어요. 그렇기에 어른들은 자식세대를 마냥 비판하면 안 된다고 봐요. 반대로 자식세대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어른들 또한 분명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부담감과 책임감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서로간의 이해가 이뤄지는 순간, 세대의 갭들이 사라진다고 생각해요. 저는.”

김성수 PD와 정이도 작가는 ‘구해줘’에 대해 결코 쉬운 드라마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사이비 종교라는 소재도 소재지만, 극중 사이비 종교단체 구선원을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이 드러나는 만큼 이에 내포된 의미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구해줘는 쉽게 나올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에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위험요소가 많죠. 연기도 쉽지 않았을 거예요. 사이비 교주 백정기의 ‘영글었다’다는 대사를 살릴 수 있는 배우가 몇 있겠으며, 여배우들은 예뻐 보일 기회가 없었던 드라마였죠. 정말 최선을 다해 작품에 임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구해줘’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에 정말이지 감사할 따름이에요.”

‘구해줘’를 통해 여러 가지를 전해주고 싶었던 김성수 PD였지만, 뭐니 뭐니 해도 작품을 통해 알려주고 싶었던 부분은 ‘왜 사람들은 이상한 종교에 빠지게 되는가’였다. 김성수 PD는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이상한 종교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를 보여준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분명하게 넓혀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정이도 작가가 이러한 부분을 정말 잘 써주셨어요. 사실성을 높이는 동시에 대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작가와 함께 ‘사이비 종교’를 연구하는 소장님을 찾아가 뵙기도 했었죠. 우리 드라마를 보고 ‘고구마’라고 많이들 말씀하셨는데, 사실 저희도 얼마든지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단순하게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속 시원한 액팅으로만 채울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건 저희가 바라는 것이 아니었어요. 단순하게 시청률 보다는 사이비가 가지고 있는 속성과 어떤 식으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사람들이 거기에 어떤 식으로 빠져 드는지에 더 관심이 있었고, 이를 중점적으로 그리고 싶었죠. 이단들이 하는 행동들이나 그들이 보여주는 쇼잉보다는 속성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고자 애썼어요.”

극중 사이비 단체 구선원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은 ‘가상’의 종교였지만, 사실 무척이나 종교적이었고 또 사실적이었다. 혹시 모델로 한 단체나 종교라도 있느냐는 질문에 김성수 PD는 “염두에 놓은 종교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구해줘’ 김성수 PD / 사진=OCN


“구선원은 어떤 특정 종교를 겨냥하거나 모델로 해서 만들어 진 건 아니에요. 현재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수많은 사이비 종교들은 기독교 특히 개신교를 비틀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 곳의 좋은 점만을 모방하고 이용하는 것이죠. 여러 가지 다양한 사이비적인 이면과 그 곳에 숨겨진 본성들을 꺼내서 넣으려고 많이 노력 했어요. 사실 방송이 나간 이후 저는 개인적으로 연락이 많이 올 줄 알았는데, 정말 하나도 안 오더라구요. 하긴 연락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사이비종교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되니 함부로 전화할 수 없었겠다 싶기도 하네요. (웃음)”

김성수 PD는 종교 안에서 때로는 불편한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기존의 좋은 것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믿음’으로 현혹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말을 했다.

“‘정상적이지 못한’ ‘미친 듯이 만든 드라마’ 저희가 드라마를 만들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들이었어요. ‘구해줘’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으면 했고, 얌전하지 않은 반응들이 있기를 바랐어요. 저는 ‘구해줘’를 통해 드라마가 도전하고 다룰 수 있는 영역이 더욱 넓어졌다고 생각해요. ‘구해줘’가 기존의 드라마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혔다고 하면 너무 거창할까요?(웃음).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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