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널리 백성을 풍요롭게 하라 - 여주 밥상’ 편이 전파를 탄다.
▲ 수확의 계절, 왕에게 진상하던 여주 쌀 이야기
예로부터 여주는 왕에게 진상했던 쌀 ‘자채벼’ 재배지로 명성이 높았고, 그 덕분에 지금도 구양리 사람들은 쌀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다. 해마다 마을에서는 추수가 끝나고 난 뒤 항아리 안에 그해 처음 수확한 햇벼를 담아 터줏가리를 만들어 터주신에게 갓 지은 팥시루떡과 술을 올리며 감사 인사를 드린다. 고사를 지내고 갓 지은 가마솥 밥에 쌀 내음이 가득한 고추무름과 가지찜을 나누어 먹으며 한 해의 기쁨을 나누는 구양리 사람들의 여주 쌀 이야기를 들어본다.
▲ 여강이 품은 풍요, 찬우물 나루터 마을 상백리
남한강이 가로질러 흐르는 여주는 12개의 나루터가 있을 만큼 서울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었다. 그중에서도 배를 대기에 가장 좋아 지나가던 배들이 쉴 수 있었던 ‘찬우물나루터’가 있던 상백리. 지금은 흔적만 있지만, 아직 마을 사람들은 밤마다 횃불을 들고 고기를 잡으며 지내던 강의 추억을 잊지 않고 있다.
강에서 잡은 민물고기와 삼백초로 끓여낸 어죽 한 그릇은 그 시절 가리질로 허기졌던 배를 채워주었다. 강이 가까워 좋았던 기억들도 많지만 강 때문에 배가 있어야 농사를 지을 수 있었던 고달픈 기억들, 이제는 모두 마을 사람들의 추억이 되었다. 남한강을 평생 옆에 두고 산 상백리 사람들. 그들에게서 강이 준 울고 웃었던 추억을 느껴본다.
▲ 강과 땅이 품은 가을의 풍요 - 땅콩과 고구마
남한강을 따라 자라나 꽃이 떨어져 진 자리에 생겨난다고 해서 ‘낙화생’이라 불린 땅콩은 여주의 대표적인 산물이었다. 삶은 땅콩과 함께 땅콩을 볶아 조청을 넣어 만든 땅콩강정은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간식이 되어주었다. 넓게 펼쳐진 땅콩밭 옆에서 점차 자리를 키워간 고구마는 이제 여주에서 땅콩보다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쌀이 귀했던 시절, 우리에게 고구마는 배고픔을 달래주던 귀중한 음식이었다. 지금까지도 고구마말랭이는 우리에게 어렸을 때를 생각나게 해주는 간식으로 남아있다. 우리에게 밥이었고 간식이었던 땅콩과 고구마, 오계리 마을에서 강과 땅이 키워낸 가을의 소리를 들어 본다.
▲ 왕과 왕후의 땅, 여주에 전해오는 궁중 음식
여주는 조선시대 성군이었던 세종대왕의 외가이자 많은 왕후를 배출해 낸 명문가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여주에서는 궁중과 양반가에서 즐겼던 음식이 지역의 토속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왕실에서 약선음식으로 쓰였던 전약부터 명성황후가 잊지 못했던 약고추장까지. 종갓집 며느리가 되어 여주에 대대로 내려오는 토속 음식인 여주산병과 궁중 음식을 배워 온 김덕수 씨와 함께 왕과 왕후의 땅, 여주의 음식을 만나 본다.
▲ 허리 한번 못펴고 열심히 살아온 이들의 오랜 노고에 감사하다
광대리로 시집오고 눈뜨고 있는 시간은 논밭에서 지낸, 평생 일밖에 모르고 산 이봉순 할머니. 할머니에게는 쌀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눈물이고 기쁨이었다. 쌀이 귀하던 시절, 추석 전에 먹을 쌀이 모자라 덜 익은 풋벼를 미리 수확해 쪄서 먹었던 찐쌀밥은 세월이 담긴 음식이다. 온 마을 사람들과 함께 닭 한 마리 잡아 끓여 먹었던 닭미역국도 마음 따뜻해지는 추억이 되었다.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평생을 일만 해온 이봉순 할머니에게서 그 시절의 쌀밥 한 그릇의 추억을 함께해본다.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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