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에 태어나 22살이 된 아시아 최대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이하 부국제)가 역경을 딛고 새 흐름을 맞을 수 있을까. 올해가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보이콧과 태풍까지 사상 최악의 해로 기억된 부국제가 올해 오명을 씻고 새 출발을 꾀하고 있다. 최근까지 영화제 사무국이 강수연 집행위원장에 대한 성명서를 배포한 후 그와 김동호 이사장이 이번 부국제를 마지막으로 사퇴키로 선언해 잡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영화제 내적으로는 다양한 작품, 수많은 게스트, 프로그램 변화로 풍성한 분위기를 도모하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75개국 298편을 초청해 상영하며, 월드 프리미어 99편(장편 75편, 단편 24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31편(장편 26편, 단편 5편), 뉴 커런츠 상영작으로 시네필을 맞이할 예정. 부산 일대 5개 극장 영화의전당,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CGV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장산),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의 32개 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다.
◇ 장동건-김하늘로 시작, 김태우-한예리로 마무리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얼굴로는 배우 장동건과 김하늘이 선정됐다. 이들의 부국제 개막식 동반 출격은 2012년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 이후 5년만의 재회. 10월 12일 또 한 번의 화려한 호흡으로 개막식을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폐막식 사회자로는 김태우와 한예리가 나선다. 독립영화부터 다방면으로 활동해 온 두 연기파배우의 안정적인 호흡도 기대해 볼 만하다.
개막작으로는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 폐막작으로는 대만 실비아 창 감독의 ‘상애상친’이 선정됐다. ‘유리정원’은 어느 여인의 사랑과 아픔을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신수원 감독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보여주는 작품. 문근영 주연. ‘상애상친’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세 여성의 삶을 통해 중국 근현대사를 은유적으로 관통, 섬세한 정서를 탁월하게 그려낸 영화다. 이번 영화제는 22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감독의 작품으로 문을 열고 닫는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한다.
◇ 복귀 문근영·오픈 토크 장동건-이제훈, 관객 만나는 국내★
이번 부국제는 지난해에 비해 월등히 많은 플래쉬 세례와 북적임이 예상된다. 국내·외 유명 스타들이 대거 참석하기 때문. 문근영, 문소리, 장동건, 이제훈이 오픈 토크를 통해 대중과 만난다. 문근영은 12일 개막식, 13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관객과의 대화(GV), 15일 오후 3시 해운대 BIFF빌리지 야외무대 오픈토크 행사에 ‘유리정원’ 팀과 함께 참석한다. 문소리는 13일 오후 3시 해운대 BIFF빌리지 야외무대 오픈토크에서 나카야마 미호와 함께 ‘여배우, 여배우를 만나다’를 꾸민다.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오픈토크로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도 오간다. 장동건은 12일 개막식 사회에 이어 13일 오후 5시 10분 해운대 BIFF빌리지 야외무대 오픈토크, 이제훈은 14일 오후 2시 같은 곳에서 오픈토크를 가지며 관객과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희생부활자’ 김래원과 김해숙은 12일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은 후 13일 오후 7시 30분 해운대 BIFF빌리지에서 야외 무대인사를 갖는다. ‘대장 김창수’와 ‘남한산성’ 출연진도 무대인사에 참석한다.
◇ 아오이 유우·후쿠야마 마사하루·에이타·스다 마사키... 해외 핫★ 출동
해외의 굵직한 감독들과 배우들도 부산을 찾는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쳐 온 미국의 올리버 스톤 감독은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프랑스 배우 장 피에르 레오는 월드 시네마 ‘작은 독립영화사의 흥망성쇠’에 참여한다. ‘블랙스완’을 연출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이번에 ‘마더!’를 들고 처음 한국을 방문한다. 주연 제니퍼 로렌스는 개인 사정으로 참석이 불발됐다.
홍콩 액션 느와르의 대부 우위썬(오우삼)과 지아장커,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각각 ‘맨헌트’와 ‘사라진 시간들’, ‘세 번째 살인’을 선보이며, ‘이름없는 새’ 아오이 유우, ‘링사이드 스토리’ 에이타, ‘황야’ 스다 마사키, ‘맨헌트’ 후쿠야마 마사하루, ‘나비잠’ 나카야마 미호, ‘나라타주’ 아리무라 카스미,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하마베 미나미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낸다.
◇ ‘유리정원’·‘나비잠’·‘군함도’ 감독판·‘신과함께’ 베일 벗는 韓 영화
개막작 ‘유리정원’(감독 신수원), 갈라 프레젠테이션 ‘나비잠’(감독 정재은)을 비롯해 뉴 커런츠 3편,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 16편,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11편 등 다양한 한국영화가 올해 영화제를 수놓는다.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 개봉판에서 19분 정도가 추가된 ‘군함도: 감독판’을 처음 선보인다. 하반기 기대작 ‘신과함께’는 필름마켓에서 하이라이트 영상 상영으로 베일을 벗는다.
뉴 커런츠엔 아시아영화펀드(ACF)에서 후반작업지원을 받은 ‘살아남은 아이’(감독 신동석)를 비롯해 ‘죄 많은 소녀’(감독 김의석), ‘물속에서 숨 쉬는 법’(감독 고현석) 등이 선정됐다. 올해 한국영화회고전은 20세기 한국영화사의 중요한 흐름과 생을 함께 한 배우 신성일이 주인공이다.
◇ 풍성한 日영화, 다양한 亞영화
올해는 유독 일본영화가 풍년이다. 개별 작품으로 가장 많은 수의 작품이 초청된 국가가 일본인 터.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나라타주’를 비롯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구로사와 기요시, 가와세 나오미 등 일본 대표 감독들뿐만 아니라, 기타노 다케시의 ‘아웃레이지 최종장’,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신작 ‘금구모궐’과 ‘아름다운 별’,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중견 감독들의 신작들이 즐비하다. 니노미야 류타로 감독의 ‘그 남자, 류타로’, 요시유키 키시 감독의 5시간 러닝타임 야심작 ‘황야’ 등 독립영화도 다채롭게 준비됐다.
중화권 영화 중에서는 뉴 커런츠에 7년 만에 선정된 홍콩영화 ‘쪽빛 하늘’과 대만영화 ‘마지막 구절’이 있으며, 아시아 영화의 창에 ‘대불+’과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조니를 찾아서’, 2012년 APM 프로젝트였던 양야체 감독의 ‘대담하거나, 타락하거나,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해피니스 로드’ 등 대만영화가 다수 초청됐다. 중국영화로는 폐막작 ‘상애상친’을 비롯해 뉴 커런츠에 초청된 ‘여름의 끝’과 ‘선창에서 보낸 하룻밤’, 그밖에 ‘재’, ‘잠자리의 눈’, ‘미래로 걸어가다’와 중국애니메이션 ‘해브 어 나이스 데이’가 초청됐다. ‘안녕, 카트만두’, ‘호기심 소녀’처럼 인도,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국가 감독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 故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를 기리며...
이번 영화제에서는 지난 5월 타계한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를 추모하고, 그의 아시아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이어받는 취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故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칸영화제 참석 후 현지에서 사망,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인으로서 생을 마감했다.
한국과 아시아영화인들의 마음을 담은 추모행사를 15일에 마련할 예정이며, 고인을 추모하는 영화인들의 애정을 담은 책자를 발간한다. 또한 故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생전에 의욕적으로 준비하던 아시아독립영화인 네트워크 ‘플랫폼부산’을 런칭하며, ‘아시아영화의 창’에 초청된 월드프리미어 영화를 대상으로 ‘지석상’(Kim Jiseok Award)을 마련해 아시아영화의 발굴과 지원이라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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