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내 몇 안되는 측근으로 알려진 밥 코커(테네시) 상원 외교위원장과 인신 공격 수준의 설전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거듭되는 내분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들에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커 위원장은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리얼리티쇼처럼 생각한다”면서 “다른 나라에 대한 무분별한 위협으로 미국을 제3차 세계대전의 길로 이끌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백악관에서 대통령을 말리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날이 단 하루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당 외교의 한 축인 코커 위원장은 지난해 미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몇 안 되는 공화당 의원으로 부통령 러닝메이트와 첫 국무장관에도 거론됐던 인사다.
‘우군’ 코커 위원장의 가시 돋친 비난은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잇따라 올린 글에서 비롯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커 의원이 (내년) 중간선거 때 자신을 지원해달라고 구걸했지만 나는 ‘노(No)’라고 말했고 그는 (이후) 도중 하차했다”면서 “그는 국무장관직도 원했지만 나는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코커 위원장은 즉각 자신의 트위터에 “백악관이 성인 탁아소로 전락해 부끄럽다”며 “이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반격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앞서 코커 위원장이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 3인에 대해 “국가를 혼란 상태로부터 지켜주는 사람들”이라고 칭찬하면서 본격화됐다. 코커 위원장은 지난 8월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유혈사태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을 비판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같은 당에서 벌어진 기이한 옥신각신”이라며 “주요 법안 통과를 위해 우군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트럼프가 내부 공격을 계속하는 데 대해 공화당원들이 격분한 상태”라고 전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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