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어 맹공이 조만간 위협과 경고의 수준을 넘어 군사옵션 실행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미국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샌디에이고 기지에 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CVN 71) 핵추진항모 전단이 태평양을 향해 발진하는 등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한반도에서 미국과 북한이 무력시위로 맞불을 놓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NBC방송 등 미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믹 멀베이니 미 백악관 예산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단 한 가지 효과만 있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한 가지’가 ‘군사옵션’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향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며 “군사옵션들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그것들은 틀림없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계속해서 대북 협상론자들을 거침없이 공격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입장을 취하는 인물들에 대해서는 정적과 측근 구분 없이 맹렬히 공격했다. 지난 1일 북한과 대화 채널 찾기에 나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향해 “시간 낭비”라고 공개 면박을 준 데 이어 틸러슨 장관을 두둔했다는 이유로 공화당 소속인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을 향해서도 특유의 트윗 공격을 퍼부었다. 코커 위원장은 지난해 미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몇 안 되는 공화당 핵심인사로 부통령 러닝메이트와 첫 국무장관으로까지 거론됐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코커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옵션 실행 가능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자 과거 두 사람 사이에 오갔던 개인적 대화까지 공개하면서 그를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없는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코커 위원장은 “백악관이 성인돌봄센터(adult daycare center)로 전락했다”고 맞받아쳤고 같은 공화당의 론 존슨 상원 의원도 “가능한 군사옵션은 없다. 그것은 끔찍할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군사옵션 카드로 손을 뻗는 트럼프 대통령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처럼 백악관을 둘러싸고 미 행정부와 의회에서 설전이 오가는 가운데 미 해군의 핵심전력 중 하나인 시어도어 루스벨트(CVN 71) 핵추진항모 전단이 지난 6일 샌디에이고 기지를 떠나 태평양을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이들은 현재 한반도 근처에 배치된 로널드 레이건 항모 전단과 함께 이달 중순 합동훈련을 전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 해군 측은 이번 출항에 대해 “정기적으로 예정된 배치”라고 밝혔지만 2개의 항모 전단이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대대적인 군사훈련에 나설 경우 북한 입장에서는 지난달 B-1B와 F-35B의 동시 출격보다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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