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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신 드로젠 대표 "드론 매력에 빠져 스타강사 생활 접고 창업..中 DJI 뛰어넘을 것"

■ CEO&STORY





# 서울 도심의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소방서에 접수된다. 소방서 중앙상황실은 화재진압용 소방차와 함께 구조용 드론 4대에 출동 명령을 내린다. 화재 현장까지는 차로 10분 거리. 하지만 화재 건물이 교통체증이 극심한 도심 한가운데 있어 소방차가 제때 도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앙상황실 요원은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드론을 띄우기로 한다. 출동 명령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구조용 드론은 두 개로 조를 지어 한 조는 최초 발화 지점인 30층 사무실의 창문을 깨고 들어갔고 다른 한 조는 매섭게 타오르는 불길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몰려 있는 45층으로 이동했다. 발화 지점에 도착한 드론 두 대가 건물 천장에 붙어 카메라와 센서로 화재 원인을 분석해 중앙상황실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동안 다른 두 대는 구조용 철제 박스에 시민들을 실어 안전한 지상으로 옮겼다. 이 모든 과정에 소요된 시간은 15분. 인명 피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구조용 드론이 대중화된 약 5년 후의 풍경이다.

회사 설립 2년 만에 자체 R&D 온힘

단순 레저용 넘어 ‘구조용’에 집중

기술력 DJI 70% 수준까지 끌어올려

5년 내 사람 실어나르는 제품 목표


영화나 공상과학소설(SF)에서나 나올 법한 화재 구조 현장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드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드론을 기존의 촬영이나 레이싱과 같은 레저용에서 인명 구조처럼 산업용으로 개발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어서다. 지난 2015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드론 기술 전문 기업 드로젠이 대표적이다. 서울 강남 대치동에서 잘나갔던 수학 강사였던 이흥신(49·사진) 대표는 우연치 않게 드론의 매력에 빠져 ‘화려했던’ 스타 강사 생활을 접고 창업에 나섰다. 2015년 창업 일성으로 글로벌 드론업체인 중국의 ‘DJI’를 뛰어넘겠다는 포부를 밝혔을 때만 해도 대다수 사람들이 그를 반신반의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회사 설립 2년 만에 자체 연구개발(R&D)을 통해 드로젠의 기술 수준을 DJI의 7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국내 대다수 드론 회사들이 중국의 값싼 부품을 조립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과 달리 드로젠은 드론의 핵심 기술인 비행제어장치(FC)에서부터 모터·데이터링크 등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을 모두 갖추며 글로벌 드론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1차적으로는 구조용 드론을 5년 안에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지만 결국 ‘상상을 현실로’ 바꿔내고 있는 이 대표를 9일 인천 송도 드로젠 본사에서 만났다.

“드론 하면 딱딱하고 차가운 기계의 느낌이 가장 먼저 떠오르잖아요. 저는 드론에 따뜻한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어요. 사람을 살리는 드론 말이죠.”

이 대표는 구조용 드론을 개발하는 이유를 묻자 ‘사람’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기계인 드론은 사람과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삶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반대로 위험에서 구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그는 “드론 기술이 발전하면서 드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100가지가 넘는다”며 “그중에서도 드로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드론의 기술을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쪽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구조용 드론 제작에 전력을 쏟아 붓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드론을 활용한 재난 구조의 경우 위험한 사고 현장에 드론을 띄워 인명 구조의 효율성을 높이고 추가적인 구조 인력의 인명 피해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국 ‘플라잉로봇’이 개발한 ‘프로젝트 립타이드(Project Ryptide)’는 물에 빠진 사람에게 구명정을 전달하고 물과 식량을 공급할 수 있다. 델프트공과대학의 ‘드피콥터(Defikopter)’는 앰블런스 드론으로 제세동기(AED)를 탑재해 부상자나 심정지 환자에게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구급 장비와 사람까지 실어나를 수 있는 구조용 드론을 개발 중이다.

그는 “아직까지는 안전성 문제 등으로 유인 구조용 드론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지만 독일의 경우 볼로콥터가 모터를 18개 사용하는 유인드론을 개발해 정부 승인 하에 테스트를 시행하며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며 “드로젠도 5년 안에 사람을 실어나르는 것을 목표로 오는 2019년 초까지 한번에 400㎏ 이상의 화물을 싣고 이동할 수 있는 산업용 드론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가능성보다 매출·설비 따지는

금융권·정책담당자 편견 안타까워



내년 상반기 기술특례 상장 추진



물론 구조용 드론을 제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기술력 문제가 아니다. 온갖 편견과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하지만 설립한 지 2년밖에 안 된 스타트업 기업이 구조용 헬기에 버금가는 산업용 드론을 만들겠다고 하자 대부분의 은행들이 거절했다. 정부의 자금을 집행하는 정책금융기관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아가 설명했더니 담당자들의 대답은 하나같이 ‘공상과학 소설을 쓰시나요’였다”며 “그들에게 묻고 싶다. 1970년대 나온 공상과학 만화 로보트 태권브이에서 주인공이 쓰고 나왔던 헤드셋은 오늘날 대중적인 상품이 되지 않았느냐. 공상과학 만화 속 장면이 현실이 되는 시대에 금융권과 정책 담당자들의 생각은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대표는 “이스라엘에서는 기술력과 아이디어만 좋으면 개인과 기관, 대학들이 나서서 투자해주고 정보기술(IT) 강국인 인도는 몇 가지 자격증만 취득해 창업을 하면 국가가 알아서 지원해준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얼마를 팔았느냐’ ‘생산 라인은 있느냐’를 먼저 물어본다”고 꼬집었다. 이어 “바이오·제약 회사는 당장 매출이 없어도 향후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면서 우리와 같은 기술 R&D 기업에는 매출을 먼저 따진다”며 “심지어 드론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지정해놓고도 기술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드론 산업을 키우는 중국과 대비돼 아쉬움을 더한다. 이 대표는 “중국은 공산당이 드론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목표를 세운 뒤 각 성마다 각기 다른 부품 개발을 하도록 맡겨 드론산업의 저변이 탄탄해졌다”며 “DJI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던 것도 이 같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 쓰촨성과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해 상반기 드로젠의 우수한 기술력을 알아본 쓰촨성의 공산당 관계자가 이 대표를 만나러 송도를 찾았다. 이 관계자는 송도 본사와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는 조건으로 R&D 비용 200억원을 대출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쓰촨성 내 3.3㎡당 200달러인 공장 부지를 단돈 1달러에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제시했다. 쓰촨성으로 드로젠 관계자를 초청해 인근 호텔을 통째로 빌려주기까지 했다. 이 대표는 “회사 설립 당시 우리만의 기술력으로 중국 기업을 뛰어넘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국내와 달리 중국에서는 드론 R&D 업체에 대한 대우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닫고 마음이 뒤숭숭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이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구조용 드론 개발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이미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없이도 지정한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는 수학 알고리즘을 개발, 기술 특허를 신청했다. 이 대표가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한 이 기술은 GPS 대비 전력 소비가 낮고 렉데이터(데이터 전송지연)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구조 활동 시 날씨에 영향받지 않도록 고효율 모터를 밀폐형으로 제작하고 반도체로 작동을 제어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이와 함께 수시로 무거운 화물과 인력을 실어나를 수 있게 3분 만에 드론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도 보유 중이다. 이 대표는 “구조용 드론 개발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안에 기술특례를 활용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상장을 기점으로 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기술 개발 못지않게 드론을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도 관심이 많다. 그 역시 드론 산업에 발을 내디딘 계기가 동호회 활동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2015년 드로젠을 설립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교육 시장에서 잘나가던 수학강사였다. EBS와 한샘학원·종로학원·대성학원 등에서 스타 강사로 꼽혔지만 취미로 시작한 ‘레이싱드론’ 동호회 활동이 회사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드론 특성상 많은 정보와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온라인 동호회처럼 드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소통할 수 있게 오프라인 카페인 ‘카페 드로젠’을 개설했다”며 “카페 내 드론을 수리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수리하고 드론 부품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4월 송도에 카페 드로젠 1호점을 연 데 이어 내년 말까지 전국에 50개 이상의 오프라인 카페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드론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와 소통하며 우리 손으로 만든 드론을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드론을 우리 일상 속으로 스며들게 함으로써 ‘드론 문화’를 일구는 일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He is

△1968년 서울 △1995년 단국대 대학원 석사(수학과) △1999년 공군 중위 전역 △2000~2001년 보이젠 대표 △2002~2013년 수학 강사(한샘·종로·대성학원) △2009~2011년 수학소설 및 수학만화 출판(‘판타지 수학여행’ ‘x의 모험’ 등) △2015년~현재 드로젠 대표 △2016년~현재 토드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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