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실효성 있는 여러 정책 대안들을 제시했다. 눈에 띄는 정책 중 하나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공정률이 낮은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액화천연가스발전소에 비해 석탄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 측면에서 해로운 발전 방식이라는 점이 강조된 것이다. 이는 향후 이번 정부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 신축은 더 이상 어렵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여러 매체들은 석탄화력발전소에 이미 투자된 자금이 매몰 비용이 되고 삼척 등 주민들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찬성하는 상황인데 정부가 경제행위를 지나치게 금지하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이 강력한 규제정책의 사회 후생적 측면과 정책 의지에 대한 상징성 측면에서 이번 조치의 타당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우선 사회 후생적 측면에서 보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으로 단순하게 매몰 비용만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예정지 주변 주민이 찬성한다고 해서 그들만의 후생이 고려돼야 하는 것도 아니다. 먼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크게 전력생산과정에서 굴뚝을 통해 발생하는 미세먼지·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이 공기 중에서 초미세먼지로 변환되는 부분, 그리고 노출된 저탄장의 석탄이 바람에 날리면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그런데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에 최신의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100%를 저감할 수 없고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이 공기와 반응해 생성된 초미세먼지는 더욱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특히 외부에 노출돼 야적된 석탄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는 옥내화가 유일한 대안이지만 비용적인 측면이나 자연발화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또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미세먼지의 확산 경로는 날씨·바람·기류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상당히 먼 지역까지 확대될 수 있어 발전소 주변 주민의 건강·보건만을 고려할 수는 없다. 예컨대 서해안 석탄화력발전소 주변의 미세먼지 농도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수도권이나 강원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나는 일이 빈번한 이유도 미세먼지의 확산이 진원지와의 가까움에만 영향받지 않는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더욱이 현세대의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보건을 고려함은 물론 다음 세대의 건강까지 고려한다면 석탄화력발전소 추가 건설로 인한 후생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LNG발전소로 전환한다는 정책은 그 상징성 부분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정부는 향후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현재 중앙집중형 송배전 방식이 아닌 분산형 방식으로의 전환을 선포했다. 이러한 분산형 전원 방식은 지금과 같은 대규모 발전원이 아닌 지역의 수요에 맞춘 중소규모의 발전원이 해당 지역에 설치되고 이들 전원이 마이크로 그리드(micro grid)로 연계되는 지역생산·지역소비의 전원공급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분산형 전원공급체계의 핵심에는 중소규모 LNG발전소가 핵심이 돼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LNG발전소로의 전환은 새로운 전력공급체계를 향한 첫걸음이 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물론 이러한 전환 방식이 지금과 같은 지휘와 통제라면 이 과정에서 큰 조정비용과 비효율을 동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과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의 전환은 그만큼 큰 반대에 부딪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결단과 속도감 있는 정책 수행이 필요하다. 과거 정부들에서 분산형 전원 방식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것은 중앙집중형 전력망에 얽혀 있던 수많은 이해관계집단의 커다란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 모든 전력생산 방식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발전원에 부담금이나 환경세를 지게 해야 한다. 사회적 비용이 높은 발전원의 시장매력도를 점차 떨어뜨려 시장 속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하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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