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북핵 우려로 추석 연휴 전에 대량 매물을 쏟아냈던 외국인 투자가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어 다행이다. 경제동향을 반영하는 증시 분위기가 좋은 것은 반가운 일이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 놓고 보면 증시 활황은 당연해 보인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코스피 상장사들의 3·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0조5,000억~50조6,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가 늘어난 사상 최대 수준이다. 9월 수출도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반영하듯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이날 한국의 신용등급을 현재 수준인 AA-로 유지했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평가한 것 같아 안심이다. 하지만 한 꺼풀 들어가 보면 불안한 구석이 많다. 특히 기업 실적이 그렇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으로의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3·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가운데 반도체 등 전기전자업종 비중이 전체의 40%(20조원)에 이른다. 반면 자동차·조선업종은 전년보다 30~40%나 이익이 줄었다.
여기에 내수 회복은 지지부진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월 경제동향에서 소비 증가세가 축소되는 등 내수가 살아나기는커녕 되레 둔화되고 있다고 걱정했을 정도다. 부채 증가로 인한 금융위기 재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등 주요20개국(G20)의 지난해 비금융 부문 부채비율이 235%로 10년 전의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 위험수위라고 경고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최근 공공·민간부채 급증으로 새로운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 상황이 증시나 수출 호조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민관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반도체 이후의 신성장동력 발굴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정부는 과감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내수를 살릴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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