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네스코를 탈퇴했다. ‘혈맹’ 관계를 유지하던 이스라엘도 함께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유네스코의 탈퇴를 선언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유네스코(UNESCO)는 ‘세계평화’에 대한 열망이 커지던 1945년 2차 대전 종전 후 설립됐다. 그러나 인류의 염원과는 달리 유네스코는 세계 각국의 상반된 역사 해석과 정치적 입장에 따라 반목을 거듭해온 사실상의 ‘외교적 전쟁터’였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해당 유산이 인류 전반에 통용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각국이 경험한 역사와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이 보편가치에 대한 해석은 달라지곤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네스코는 작년 이스라엘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과 유대교 공동성지 관리 문제에서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줬다. 또 지난 7월에는 요르단 강 서안 헤브론 구시가지를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의 유산으로 등록했다.
’군함도 ‘역시 마찬가지다. 조선인 강제노역의 현장인 군함 도를 일본이 산업시설로 세계유산에 등재하려고 하자 한·일은 반목했다. 당시 한국은 이에 반대해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지만, 일본의 외교 벽을 넘지는 못했다.
한편 문화재 등재가 정치 싸움으로 변질되자, 각국 역시 유네스코의 탈퇴와 재가입을 반복해왔다.
미국의 탈퇴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84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는 유네스코가 소련 쪽으로 기울었다면서 유네스코를 탈퇴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2년 10월에야 재가입했다.
하지만 미국은 2011년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유네스코에 내는 분담금을 대폭 삭감했다.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자 이에 반발해 연간 8천만 달러(약 907억 원)을 줄인 것이다.
/류승연 인턴기자 syry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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