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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계은행, 中 대출 요건 강화 하라"

세계은행 자본 확대에 제동

中과 국제기구 주도권 싸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미국이 중국 대출을 이유로 세계은행(WB)의 자본확대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외신들은 국제기구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미중 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12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행정부가 WB의 증자에 앞서 중국을 비롯한 중진국에 대한 대출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보도했다. FT는 미 재무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WB는 내부 재정상황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벌일 필요가 있다”며 이미 풍부한 차입 능력을 확보한 국가와 사업에 배분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고 전했다. 미 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사실상 WB 대출 규모가 가장 큰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6월 마무리된 2017회계연도의 WB 대출금은 총 420억7,400만달러로 이 중 가장 많은 24억2,000만달러를 중국이 차입했다.



WB 의결권 지분이 가장 많은 미국의 이의제기는 WB 증자계획에 돌발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WB는 개도국 대출수요 확대에 대응해 자본 증액을 추진 중이며 13~15일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연차총회에서 증자 일정에 합의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용 WB 총재는 이날 “중국과의 협력을 유지하는 취지는 아주 분명하다”며 중국에 대한 대출을 옹호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의 발전을 돕고 있지만 한편으로 중국에서 얻는 교훈이 다른 개도국에서 진행하는 우리 사업에 대단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FT는 WB에 대한 미국의 제동이 국제기구를 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부정적 시각과 함께 국제기구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중국과의 신경전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스콧 모리스 글로벌개발센터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입장은 세계은행의 기존 전략에 도전한 것으로 주요 국제기구의 운영 방향을 놓고 중국에 직접 싸움을 건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WB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같은 새로운 기관 설립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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