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경찰서는 13일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브리핑을 열어 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영학을 면담한 서울청 과학수사계 소속 이주현 프로파일러(경사)는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를 평가할 때 이영학은 40점 만점에 25점을 받았다”며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다고 보는데 이영학은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2일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이영학과 그의 딸(14)을 면담하고 성장 과정, 교우 관계 등 사회적 관계와 정신·심리 상태 등을 확인하고 발표했다.
이영학의 사이코패스 성향에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사는 “어린 시절부터 장애로 놀림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한 이영학이 친구들을 때리는 등 보복적 행동을 보였다”며 이 과정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사이코패스 성향이 이영학의 ‘이중생활’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사는 “사이코패스 성향 중에 남을 속인다거나 남을 이용해서 무엇인가를 얻는 부분이 있다”며 “매스컴을 통해 모금하고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성향이 강화됐을 수 있지만, 아주 다 후천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경사는 “(이영학은) 아내 대신 자신의 성욕을 풀어줄 사람을 찾았다”며 “성적 각성 수준이 굉장히 높아 이를 충족할 만한 성인 여성은 없었고 결국 자신이 쉽게 접촉할 수 있고 부를 수 있는 딸 친구를 대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애초 성인 여성을 물색하다 여의치 않자 통제가 쉬운 어린아이에게 생각이 미쳤다는 것.
경찰은 다만 “이영학이 소아성애자는 아니다”라며 “(이영학의 성적 집착은) 병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 일반인이 보기에 과하다 할 정도”라고 전했다. 또 이영학은 면담 과정에서 자신이 성 기능 장애를 겪고 있다고도 밝혔다.
외부 전문가들은 이영학에게 도착적 성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 아무래도 장애 탓에 또래 여자애들에게도 자신감 있게 접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이영학이 음란물에 집착한다든지 성도착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는 “아동 성범죄자들에게서는 나이가 어리고 취약한 대상을 상대로 자존감을 회복하고자 하는 왜곡된 심리적 특성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이영학의 딸이 이영학의 범행을 도운 데 대해 아버지에 대한 종속 성향이 강한 것으로 전했다.
이영학의 딸을 면담한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 한상아 경장은 “딸은 제대로 된 가치 판단을 하기 훨씬 전부터 물려받은 유전병에 대해 고민·상담하거나 정보를 획득하는 통로가 오직 아버지뿐이었다”고 밝혔다.
한 경장은 “본인이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아버지에 의존하고 있었고, 경제적으로도 아버지가 모금 활동으로 생계를 책임진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아버지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하는 행동을 보인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딸은 ‘엄마 역할’이 필요하다는 말에 친구를 데려오고, 수면제가 든 음료를 먹이는 일련의 행동에서도 ‘아빠랑 약속한 계획이 틀어질까 봐’ 걱정하며 아버지가 시키지 않은 행동도 했다고 전했다.
한 경장은 “아버지에 대해 도덕적 비난을 하는 걸 못 견뎌 한다”면서 “조금이라도 도덕적 비난이 가해지면 ‘우리 아버지 그런 사람 아니다’ 라고 할 만큼 강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친구의 죽음에 대해 “놀라고 많이 당황했다고 표현은 한다”면서도 “이번 일이 커졌고 비난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가치 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어쩔 수 없이 한 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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