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삼성의 실적은 가히 놀랄 만한 수준이다. 수요 폭증에 힘입어 3·4분기 반도체 매출이 처음으로 20조원을 넘고 영업이익도 1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영업이익률이 50%를 넘어서는 꿈같은 일이 현실화한 셈이다. 하지만 반도체 부문의 이익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은 고민거리다. 3·4분기만 따지면 반도체가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해 2·4분기(57%)보다 훨씬 높아졌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면 4개 부문으로 이뤄진 사업 포트폴리오가 언제든 약점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호황의 막이 지난해 4·4분기부터 올랐다는 점에서 성장속도가 둔화되고 공급확대로 시황 전망이 어둡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상 최대 실적에 안주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이 전격적으로 경영 퇴진을 선언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권 부회장은 그룹 수뇌부 공백 사태에서 ‘총수 대행’ 역할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삼성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그간 막혔던 인사혁신을 통해 신사업에 도전하겠다는 복안이다. 역시 삼성답다는 얘기가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권 부회장은 “최고 실적을 내고 있지만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의 지적대로 지금의 반도체 호황은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삼성 특유의 선제 투자와 과감한 사업 재편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는 우려가 높다.
삼성은 이런 엄중한 상황일수록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하고 반도체 호황 이후의 먹거리를 찾는 데 전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인들이 어깨를 펴고 본연의 경영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노력도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