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나파밸리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주변부로 확산하면서 7일째 지속되고 있다.
산불로 인한 사망자 수도 최소 31명 이상으로 늘었고 실종자 수 역시 400명을 넘어섰다. 건조한 날씨로 불길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산불은 일주일째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번 산불은 지난 8일 밤 시작돼 미 캘리포니아 북부를 초토화하고 있다. 십 수 개의 불길이 아직 잡히지 않아 인명 및 재산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400명의 실종자도 소노마 카운티 한 곳의 집계 결과다. 또 3,500여 채의 건물이 소실되고 주민 2만여 명이 의무 대피 명령을 받고 대피소에 머물기도 했다.
공식 명칭이 ‘텁스’로 명명된 이번 산불이 순식간에 번진 것은 강풍이 가장 큰 원인이다.
8일 밤 9시 43분께 와인 산지로 유명한 나파밸리의 작은 도시 칼리스토가 인근에서 시작된 산불은 시속 60마일(80㎞)의 강한 바람을 타고 불과 세 시간 만에 소노마 카운티의 중심도시인 인구 17만5,000 명의 샌터로사시에 다다랐다.
야생 산림 지대를 무분별하게 전원 주택단지로 바꾸면서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번 화재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샌터로사 파운틴 그로브 지역은 20년 전 산 속에 개발된 신흥 전원주택 단지다.
뉴욕타임스(NYT)는 “야생 초지에 주택단지가 들어서면 현대적 도시를 만들 수 있지만 산불에는 취약하다는 것이 입증됐다”면서 “소각된 주택 중 상당수는 미개발 야생지대와 가깝거나 혼합된 야생-도시 접목지점에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서부의 고급 주택들은 주로 산 중턱에 위치하지만 대개 띄엄띄엄 지어져 있어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샌터로사 파운틴 그로브 단지는 집들이 비교적 촘촘히 붙어 있고 상업시설까지 들어서 피해가 커졌다.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의 산림 야생 생태학 교수인 볼커 라델로프 박사는 “산불이 집들을 태워버리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이 집들이 산불을 더 확산시키는 연료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6년간의 가뭄 끝에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홍수가 날 정도로 큰비가 오면서 야생지의 초목이 울창하게 번진 것도 산불 확산에 일조했다. 게다가 최근 습도가 한 자릿수로 접어들며 대형 산불에 적합한 최적의 조건이 완성됐다.
한편 이번 산불은 캘리포니아주 역대 최악의 화재였던 1933년 로스앤젤레스 그리피스 파크 화재 사망자 수 29명을 훌쩍 넘어서며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최악의 산불 기록을 세우게 됐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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