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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 ‘청춘시대2’ 박은빈과 ‘인생 실전’·‘평행우주’로 후유증 극복하기

‘청춘시대2’가 종영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시청자들이 많다. 배우 박은빈이 직접 해석한 극 중 장면 및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아쉬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지 않을까. 그의 인생캐릭터가 탄생하는 과정은 장담컨대 매우 흥미롭다.

JTBC ‘청춘시대2’(극본 박연선, 연출 이태곤)는 5명의 하우스 메이트(하메)들이 셰어하우스 벨에포크에 모여 살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 지난 2016년 방송된 시즌1의 1년 후 이야기가 담겼다. 박은빈은 시즌2에서도 음주가무와 음담패설에 능한 오지라퍼 대학생 송지원 역을 사랑스럽게 소화해냈다. 동시에 초등학교 동창 문효진에 대한 기억을 찾고, 대신 복수하기 위해 성장하는 모습까지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

많은 캐릭터가 ‘청춘시대’를 통해 사랑받았지만, 특히 ‘쏭’이라고 불렸던 송지원은 시즌3 제작 요청이 빗발치는데 큰 몫을 했다. 이 캐릭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박은빈이 오래 고민하고 생각한 결실이었다. 인물과 작품에 대한 해석을 듣고 있자니, 과장을 조금 보태 명언집을 만들어도 될 정도. 박은빈이라는 배우를 만나게 된 것은 큰 즐거움에 틀림 없다.

/사진=나무엑터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박은빈과 만나 ‘청춘시대2’ 종영 인터뷰를 나눴다. 그가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진지했고 생각은 깊었으며, 전달하는 방식은 밝고 유쾌했다.

-시즌2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특별히 기억에 난다기보다는, 첫 촬영을 클럽에서 했다. 클럽에서 신나게 즐기는 송지원을 연기해야 했다. 캐릭터가 편해진 것은 맞지만 첫 촬영을 클럽에서 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까지 마음의 준비가 된 것은 아니었다. 초반부터 내려놓게 하시는구나 싶었다.”

-사은회도 결정적 장면 중 하나다. 한관영(여무영 분)의 성추행을 혼자 폭로해야 했다.

“사은회는 개인적으로 되게 힘든 장면이었다. 송지원에 이입하고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정말 힘들더라. 나 아닌 낯선 사람들이 다 적으로 느껴졌다. 인생에서 아예 지우고 싶었던 순간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던 한관영 선생과 마주해야 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무겁게 느껴져서 압박감이 심했다.”

-연기적으로 따로 준비한 게 있나.

“대본을 숙지할 때 일부러 큰소리를 내본다든가 하지 않았다. 인생을 살아갈 때, 바로 실전에 뛰어드는 것이지 미리 연기해보고 사는 것이 아니니까. 사은회 장면으로 방송된 게 한 번 찍고 나간 거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할 수 있게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배려해주셨다. 지문을 상상하면서 연기를 하니까 정말 제 상황처럼 재생이 되더라. 덜덜 떨리고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 같아서 여무영 선생님이 굉장히 원망스러웠다.”

-‘인생은 실전이야’같다. 신경을 많이 쓴 부분 같은데, 아쉬운 점은 없었나.

“감정에 많이 빠져들었다. 그러다 목이 메어 목소리가 잘 안 나온 게 아쉬웠다. 그러나 이걸 다시 하는 것보다 나이브한 상태로 연기한 게 방송이 나가는 것이 사실상 송지원의 현실적인 반응이겠구나 싶었다. 아쉽기는 했어도, 피해자의 심정을 다 헤아릴 수는 없어도, 송지원이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조금은 생각하게 됐다.”

-문효진 남자친구의 폭력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사은회 장면이었다. 부담감이 컸다. 폭력신은 그래도 저 혼자가 아니라 다 함께 한다는 데서 의지가 되는 것도 있었다. 아무래도 촬영이고 실제상황이 아니니까 안전에 대해 다들 집중하고 신경을 썼다. 그 폭력사건이 심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긴장감을 조성하는 편집 포인트 때문에 더 무섭게 느껴지셨을 것 같다.”



/사진=나무엑터스


-그 일 이후, 아무렇지 않게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다.

“송지원 자신도 뭐가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마지막에 효진이 남친의 절망적인 표정을 봤는데 섣불리 신고를 할 수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일이 있다고 해서 윤진명이 다음 날 회사에 안 가도 되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학교에 안 가도 되는 게 아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속에서 찰나의 순간에 죽음의 위기를 겪은 것이다. 작가님이 그런 다음 날에도 세상은 돌아간다는 것을 말씀하고 싶으셨던 것 아닐까.”

-에필로그에서 암시됐던 송지원의 죽음도 화제다. 본인이 예상한 결말이 따로 있나.

“시즌1에서 집주인 할머니와 송지원이 묘하게 이어진 끈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착각했을 수도 있지만 저는 당연히 송지원이 집주인 할머니처럼 될 줄 알았다. 늘 아름다우신 선생님께서 우리를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여유롭게 관망하시지 않았나. 송지원도 시즌1에서 관찰자적 입장이었는데 그것보다 더 큰 관찰자처럼 보였다.”

-송지원이 집주인이라는 뜻인가.

“현실과 판타지가 종이 한 장 차이라면, 평행우주 속에서 할머니가 자기의 아름다운 시절이었던 벨에포크를 지켜보며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집주인 할머니는 할머니가 된 송지원인 거다. 결정적인 순간에 사채업자에 물을 뿌리며 쫓아주시는 것을 보면서 저만의 상상을 펼쳤었다.”

-극 중 유은재의 변화는 하메로서 어떻게 받아들였나.

“시즌2의 은재는 이별의 아픔을 겪은 친구다. 그럴 때는 감정기복이 심하지 않나. 하메들은 이미 시즌1에서 애달픈 우애로 엮여있었다. 은재를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히 돼있었다. 은재가 송지원을 무시하기도 했는데, 1년 사이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을까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성격의 변화를 이해했나.

“성격변화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 했다. 저도 사실 1년 전의 성격이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사람은 계속 변해가는 거고, 변하지 않는 게 이상한 거 아닐까. 캐릭터의 한 단면만 보여드리는 것이 아니라 다층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이 박연선 작가님의 매력이자 우리 드라마의 매력이다. 마냥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지 않는 게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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