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유가와 국제정세 불안 등의 겹악재에 직면해 국영 석유사인 아람코의 해외상장 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기업공개(IPO) 연기설이 흘러나온 데 이어 상장 백지화 가능성까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람코가 자사의 해외 IPO를 보류하는 대신 국내에만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뉴욕·런던 등 해외거래소와 자국 리야드에 동시 상장하는 종전안 대신 국내에만 상장하고 일부 지분을 해외 국부펀드와 투자가들에 매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최근 중국 정부로부터 지분매각 제안이 들어오면서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해외상장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사우디가 아람코 지분을 해외 정부에 넘기는 시나리오를 고민하고 있다”며 “지분매각으로 가닥이 잡히면 아람코는 내년 중 사우디 타다울거래소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가 오는 2019년 리야드에서 아람코 주식을 1차 상장하고 1년 뒤 해외에 IPO를 추진하는 2단계 옵션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정해진 바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외신들은 유가정체 현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아람코가 해외상장 지역을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상장 지연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여건이 불리하게 조성되면서 아람코가 IPO 목표시점을 내년 하반기에서 내후년으로 연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중동 정세 악화 등으로 상장 성공에 대한 회의감이 한층 고조돼 사우디 왕가가 국내 상장 및 사적 지분 매각 패키지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FT는 “미국의 새로운 테러 제재 법안 준비 등 중동에 대한 경계 강화 움직임으로 사우디 왕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며 “영국 의회 재무위원회가 금융당국을 압박하며 아람코가 런던에서 강도 높은 감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고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아람코 상장을 추진해왔다. 사우디의 ‘실세왕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는 지난 4월 아람코가 IPO를 통해 2조달러(약 2,200조원) 이상의 가치로 평가받을 것이라며 이 중 지분 5%를 매각해 1,000억달러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뉴욕과 런던 등 세계 거래소들은 IPO 최대어인 아람코를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여왔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