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의 소외계층도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고 그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포용적 혁신(inclusive innovation)’이 앞으로 더 많은 직종과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김성희(사진) KAIST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최근 경기도 성남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일의 진화와 미래 인재 탐색’ 콘퍼런스에서 비싸고 접근하기 어려운 제품·서비스를 보편화하는 데 청년들이 노력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맞춤형 창직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이어 “가령 섬마을에서도 스마트폰 하나로 주치의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여기서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기존의 파괴적 혁신이 아닌 포용적 혁신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장, KAIST 테크노경영연구소장 등을 역임한 김 교수는 국내에서 전자정부 실현을 창안하고 구축에 참여한 경영정보 분야 전문가다. 연결·융합·지능화를 4차 산업혁명의 축이라고 규정한 김 교수는 지금이 각자 상상하고, 지식을 모으고, 연결하고, 즐기는 이른바 ‘상연지개(想連智個)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기억과 짜깁기 기술에만 의존하는 직업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며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사람의 감정을 대하는 일이나 개인의 재능과 좋아하는 일이 곧 미래 직업으로 각광받게 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의 비약적 발전으로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인간을 중심으로 보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견해다. 김 교수는 “AI의 머신러닝(기계학습)은 규모가 방대하지만 필연적으로 과거의 사례만을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과거에 없던 상황에 대처하는 인간의 능력을 기계가 따라 할 수 없기에 창의력을 발휘하는 직업들이 미래에 더 많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비합리적 판단, 불만족, 끊임없은 욕구, 성향을 잘 파악하면 미래 어떤 일자리가 유망한지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기피하고 싫어하는 일을 융합·협업기술을 이용해 대신해주거나 제거해주는 일이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며 “제품 서비스에 대한 만족이 지속되지 않는 소비자의 입장에 서서 바라보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탈범주를 이 시대 인재의 요건으로 봤다. 청년들이 현재 직업과 자신의 위치를 뛰어넘어 다른 범주를 발견하고 과감히 손잡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미래 인재상으로 규정한 ‘협력하는 괴짜(geek)’도 과거의 범주를 거부하는 창의적 융합형 인간과 같은 맥락이다.
김 교수는 “더 높이 올라가 더 넓게 봐야 직업의 생태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며 “스스로 융합하고 연결시키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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