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제리 소녀시대’는 1970년대 후반 대구를 배경으로 발랄하고 발칙한 사춘기 여고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코믹로망스 드라마. 동문에서 정희로, 정희에서 손진(여회현 분)으로, 손진에서 혜주(채서진 분)로, 혜주에서 영춘(이종현 분)으로 끊임없이 사랑의 작대기가 이어졌다. 혈기왕성한 청춘들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보여준 작품이다.
그 속에서 서영주가 선보인 동문은 가장 70년대 학생다웠다. 그만큼 때 묻지 않고 순박했다. 외모 또한 가장 꾸밈없었다. 짧은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동문은 좋아하는 여학생을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까지 마치 만화 ‘영심이’의 안경태를 떠올리게끔 했다. 촌스럽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정감 가고 기억에 남는 인물이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울경제스타와 만난 서영주는 ‘연기’면에서 순수하게 한 우물 파기를 결심한 청년이었다. 이제 갓 스무 살인데도 연기의 성숙도가 범상치 않은데, 그 진가가 이번 ‘란제리 소녀시대’를 통한 지상파 드라마 첫 주연으로 빛났다.
-‘란제리 소녀시대’ 종영 소감은?
“추석 연휴 동안 쉰 것 같으면서도 촬영을 마저 해야 할 것 같은데 벌써 끝나버려서 아쉬워요. 끝난 것 같지 않고 후의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아요. 촬영 기간에는 행복하게 작업했어요. 즐겁게 촬영하고 치열하게 했죠. 8부작 안에서 다 보여줘야 했고 메시지가 확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동명의 원작 소설을 읽어 봤나?
“감독님께서는 원작 소설과 드라마 색깔이 많이 달라서 일단은 원작을 읽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드라마로써 처음부터 배동문을 같이 찾아보자고 하셨어요.”
-배동문 캐릭터를 접하고서 처음에는 어떤 느낌이었나?
“단순하게 생각했을 땐 착하고 순진한 애였어요. 촬영하면서 생각해보니까 되게 용기 있는 아이더라고요.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누굴 짝사랑할 때 그걸 실제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동문이는 용감했어요. 손진 앞에서도 말을 똑 부러지게 하고 깡을 가진 친구였죠.”
-극 중 가장 촌스러움이 돋보이는 인물이었다
“동문이가 옷을 잘 못 입었는데 후반에는 손진의 옷을 따라 입었어요. ‘이 아이도 꾸미고 싶어 하는 걸 숨기고 있었던 걸 텐데, 못 꾸민 게 아닌데’ 생각이 들었어요. 초반에는 공부만 하는 애였죠. 요즘 아이들과 반대되는 아이였어요. 그러다가 ‘사랑’을 느끼면서 요즘아이처럼 옷을 입기 시작했어요.”
-‘솔로몬의 위증’ 등 지금까지의 연기와는 다른 결을 보였다
“‘솔로몬의 위증’ 때는 키를 가지고 있으니까 무게가 있고 카리스마 있었어요. 이번에는 또래들의 이야기이지만, 정희의 성장이야기이자 사랑이야기였죠. 설레고 풋풋했으면 좋겠다는 게 연출 의도였고, 꾸밈없이 저희들의 의견을 반영했어요. 동문이는 망가졌다는 반응을 예상하기도 했어요. 가볍게 바라볼 수 있고 웃을 수 있어서 저는 좋았어요.”
-8부작임에도 70년대의 정취, 학생들의 순수한 사랑, 시대적 메시지를 잘 어우러지도록 그렸다는 점에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너무 감사하죠. 그런 반응이 있을 줄 예상하지는 못했어요. 시청률도 점점 올라서 행복했어요. 배우로서 시청률에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인데 조금씩 올라서 기분이 좋았어요.”
-과거 청춘들의 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응답하라’ 시리즈와 비교되기도 했다
“내심 좋았어요. ‘응답하라’ 시리즈를 너무 좋아했거든요. 비교가 될 수 있구나도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참고 아닌 참고가 됐고요. ‘란제리 소녀시대’에서는 상상하는 신이 많아서 만화적인 요소가 많다고 생각했어요. 캐릭터를 맡고 가장 먼저 동영상으로 사투리를 찾아봤어요. ‘응답하라 1994’에서 정우 선배님의 부산사투리를 배웠고, ‘응답하라 1988’을 보고 박보검 선배님 사랑 얘기의 감정선을 제 것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저에게 ‘어남동’이라 해주시는 반응도 좋았고요.”
-동문과 같은 풋풋한 짝사랑의 경험이 있는가?
“짝사랑도 해봤는데 동문처럼 이야기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했어요. 이번 작품에서 그런 감정을 다시 살리려 했어요. 79년도의 사랑은 정말 불같았던 것 같아요.(웃음)”
-1998년생이 70년대 감성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공감이 되는 게, ‘사랑’은 과거에도 지금도 있으니까 그 때나 지금이나 기본은 같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가 짝사랑도, 서로 사랑하는 것도 잘 보여준 것 같아요. 1회 빵집 미팅 장면에서 ‘왜 필통을 왜 내놓지?’ 생각도 해봤어요. 동문이니까 그럴 수 있겠다고 나중에 이해했죠. 빵집 미팅도 그렇고 교련과목, 통금시간은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라 새로웠어요.”
-서울 출신으로서 사투리를 연기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경상도 사투리는 하나인 줄 알고 조금만 준비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대구 사투리는 또 다르더라고요. 보나 누나, 감독님이 대구 출신이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대구와 부산 사투리는 서로 악센트, 어미처리가 달랐어요.”
-주로 호흡을 맞췄던 보나, 여회현과의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저희는 호흡이 완전 좋았어요. 보나 누나와는 대구 사투리도 그렇고, 시놉시스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어서 이야기를 되게 많이 나눴어요. 리허설도 많이 해봤고 쉬는 시간에도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현장 분위기는 물론 화기애애하고 좋았고요. 회현이 형과는 격 없이 형 동생처럼 지냈어요. 요 근래에도 같이 드라이브도 하고 게임도 했어요. 회현이 형은 되게 장난기도 많고 친절하면서 재미있어요. 말을 재미있게 해서 옆에 있는 사람을 웃게 만들어줘요.”
-마지막 장면에서 동문이 정희의 눈, 이마에 하는 키스신이 인상적 이었다
“너무 부끄러웠어요. 누군가와 뽀뽀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끝나자마자 부끄러워서 보나 누나한테 미안하다고 했어요.(웃음) 마지막회 방송을 다 같이 봤는데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곳곳에서는 ‘네가 그래서 손진한테 안 되는 거다’라고 놀리기도 하고 ‘수고했다’ 해주시기도 하고 그랬어요.”
-동문과 실제 서영주를 비교한다면?
“단순한 게 되게 비슷해요. 다른 건 많이 차이가 나요. 제가 성격이 급한 면이 있어서 정리를 빨리 해야 해요. 그래서 말도 빠른 편이고요. 결정에 대한 단순함은 비슷해요. 그래도 행동을 할 때 동문이가 답답하더라고요. ‘동문아 왜 그랬니?’ 생각도 하면서 연기했죠.”
-아역 시절이 꽤 길지 않았나?
“2014년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로 정식 데뷔했어요. 프로필 상에 2008년 ‘쌍화점’도 적혀 있지만, 아주 단역이었죠. ‘쌍화점’을 하고 엄청 쉬었어요. 오디션도 많이 봤는데 떨어지기도 했고요. 초등학생 때 엑스트라로 연기를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있네요.”
-첫 지상파 주연임에도 이번 ‘란제리 소녀시대’에서 내공이 느껴졌다. 연기 연습은 어떻게 하는가?
“캐릭터도 똑같이 사람이잖아요. 제가 느꼈던 것들을 캐릭터에 가져가는 거죠. 캐릭터에 이입해서 생각해요. 캐릭터를 먼저 구축하고 장면에 들어가고요. 습관을 가져와서 연기하기도 하고 역할을 위해 일부러 만든 습관도 있어요. 소중하게 연기하고 싶어요. 제가 생각할 땐 연기에서 언어, 말이 잘 들려야 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색깔의 배우가 되고 싶은가?
“예전엔 단순한 색, 무채색이었다면 지금은 그래도 색깔을 갖춘 것 같아요. 어둡고 밝은 캐릭터를 다 연기 했었어요. 기회가 되면 두 가지 성격이 합쳐진 입체적인 캐릭터도 연기 해보고 싶어요. 로코도 좋아해요. 예전엔 김윤석 선배님을 닮고 싶었는데, 지금은 조승우 선배님도 롤모델 이에요. 배우라면 TV,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 뮤지컬까지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네 가지를 다 해본 배우로 조승우 선배님이 떠올랐어요. 앞으로 열심히 잘 해보겠습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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