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 때 미국을 방문한 주부 윤모(39)씨는 화장품 가게에 들러 한 직원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직원이 동료와 수다를 떠는 것 같아 그랬는데 직원은 황당하고 불쾌한 표정으로 윤씨를 쳐다봤다. 윤씨가 미국으로 이민 간 친구를 만나 하소연하자 도리어 “미국에서는 손님이 직원에게 손을 대거나 말을 끊는 일이 적다. 직원이 눈치채고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매너”라는 말이 돌아왔다.
해외 여행지에서 한국과 다른 문화로 의도치 않게 ‘어글리 코리안’이 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정확히 안내하고 홍보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제공하는 영문 관광 정보는 매우 상세한 데 반해 그 두 배가 넘게 외국으로 나가는 내국인들을 위한 현지 맞춤 정보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지 여행지에서 도움이 되는 맞춤 에티켓 정보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 제작을 제안했다. 국가마다 다른 생활문화 기본 원칙을 알려주고 개별 여행객이 자신의 경험을 업데이트해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서유럽권을 여행할 때 식당에서 생수를 파는 것을 모르고 물병을 음식점에 반입했다가 무안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나라마다 손동작이 의미하는 뜻이 다르고 기본적인 옷차림 기준도 조금씩 다르다”며 “정부 차원에서 여행객들이 꼭 알아두면 좋을 현지 생활문화를 소개하고 시민이 업데이트하는 방식의 소통 채널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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