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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칼럼] 한중정상회담을 허하라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서경 펠로

상호인식 차이 확대되는 韓中

관계 개선 도울 열쇠는 '대화'

사드 군사기술 오해 없애고

전략적 균형 유지 철학 제시를





18일부터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가 열린다. 중국 공산당 스스로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 5년’을 거쳐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에서 다시 대장정을 시작한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다시 5년간의 임기를 시작할 시진핑 2기 체제의 대외전략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면서 운명공동체로 간주한 주변 지역 외교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뿐 아니라 외교 행태도 낮은 자세로 상황을 살피던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버리고 역할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분발유위(奮發有爲)가 자리 잡을 것이다. 미국발 불확실성과 함께 동북아 질서가 더욱 출렁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북한의 미치광이 전략 속에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라는 벽에 부딪혀 한중 관계 개선의 실마리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은 한국 외교가 박근혜 외교의 경로 의존에 갇혀 있다고 비판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중국이 비등하는 북한 위협을 과소평가한다고 내심 불만이다. 이러한 상호 인식의 차이가 확대돼 하나의 프레임으로 고착되면서 불필요한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고 있다.

한중 관계에 부는 바람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수교 25주년의 놀라운 성과를 사드 배치 한 건으로 날려버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상처가 곪을 때는 새살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지금 밀리면 앞으로도 밀린다’는 결기 속에서 중국의 대국외교 행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리 있다. 그러나 한반도에 강대국 정치가 작동하는 지정학이 귀환하면서 우리 외교의 운신 폭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더구나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놀라운 자제력을 보여온 우리 기업들도 점차 인내력을 잃고 있다. 안보 리스크를 기업에 그대로 전가하기에는 상황이 결코 가볍지 않다.



대화는 어려울 때일수록 빛을 발한다. 다행히 물밑에서 전략대화와 소통을 위한 움직임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오해가 오판을 낳던 악순환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지난 13일 580억달러 규모의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한 것도 한중 관계 개선의 좋은 신호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우리 외교가 선제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중국 대사가 길을 내고 한중 외교장관이 단독회담으로 대화 의제를 간추리면 청와대 안보 라인은 그 갈래를 잡아줘야 한다. 뜨거운 쟁점인 사드 문제도 배치를 현실로 전제한 상태에서 사드의 군사기술에 대한 중국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한편 우리 외교가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면서도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깨지 않을 것이라는 철학과 담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도 국내 정치에 발목이 잡혀 있었고 사드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방에 적을 만들었으며 정책적 피로도 누적돼 있었다. 대화에 나올 여건이 성숙한 셈이다. 외교에도 인간관계의 문법이 작용한다. 체면을 세워줘야 감정외교(sensibility in diplomacy)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중 정상회담은 연내에 이뤄지는 것이 좋다. 제19차 당 대회 직후 중국 외교 라인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국정철학을 설명하기 위해 해외에서 선전전을 전개할 것이다. 이때가 타이밍이다. 오는 11월에는 중국과 베트남 그리고 필리핀에서 미중 정상회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동아시아 정상회의가 숨 가쁘게 열릴 것이다. 일본도 한중일 정상회의를 연내에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이 어떤 이유로든 정상회담을 열지 못하는 것은 어색할 뿐 아니라 당면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 지금의 한중 관계의 실타래는 결국 정상회담으로 풀 수밖에 없다. 이참에 양국 퍼스트레이디가 함께 노래하는 무대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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