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가 사랑하는 배우 천우희가 tvN 드라마 ‘아르곤’을 통해 영화과 아닌 드라마에 출사표를 내던졌다. 2011년 시트콤 ‘뱀파이어 아이돌’을 통해 브라운관 연기를 선보인 적 있지만, 정극은 ‘아르곤’이 처음이다.
스크린을 넘어온 천우희의 명품연기는 브라운관에서도 통했다. ‘아르곤’에서 이 시대의 청춘이자, 방송사의 ‘미생’이었던 이연화를 연기한 천우희는 극성 강한 캐릭터 연기에 가려져 있었던 평범한 생활연기를 선보이며 안방극장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Q. ‘아르곤’은 천우희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 것 같은가.
“‘행복하고 감사한 처음’으로 남을 듯하다. ‘아르곤’은 드라마를 만드는 저희가 봤을 때도 좋은 작품이었다. 얼마나 좋았는지, 촬영을 하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질 정도였다.(웃음) 함께 했던 배우들이 정말 좋았다. 또래도 많았고, 김주혁, 박원상 선배가 워낙 유쾌하셔서 웃음이 그칠 줄 몰랐다.”
Q. 단 한 명도 예민한 사람이 없었나?
“일단 상황적으로 예민한 부분이 없었던 거 같다. 만약 쪽대본이 나오고 밤샘 촬영이 계속 이어진다면 예민해 질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것들이 없었다. 그리고 배우들 대부분이 모난 사람 없이 수더분했고,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일을 했다. 이는 배우 뿐 아니라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다. (웃음) 개인적으로 저는 현장의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을 한다. 주변의 사람들이 드라마에는 정이 없다고 그래서 걱정을 했는데, 성향이 다 무난했던 것 같다.”
Q. ‘아르곤’을 통해 기자역할에 도전했다. 연기하기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리포팅을 하기 어려웠다. 아이고, 진짜 막내 기자였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초반 브리핑 하는 신이 있었는데, 전날 외워야 할 대사가 한 장 반이 넘어가더라.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매번 브리핑 연기를 하는 김주혁 선배가 대단해 보였고, 진짜 기자분 들이 대단하다 싶었다.”
Q. ‘아르곤’을 연기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없었는가?
‘아르곤’ 초반에는 연화가 기자로서 성장하는 것이 보였는데, 중반에 접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연화의 성장기가 그려지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생략되고, 결과만 나오다보니 본방사수를 하던 친구들이 카카오톡으로 ‘천코난 또 나왔다’ ‘대체 증거들은 어디서 찾아오냐’고 피드백을 하더라.(웃음) 만약 그런 부분들이 조금 더 표현됐으면, 연화를 연기하는 배우로서 좋지 않았을까 싶다.“
Q. 친구들과 연락을 자주하나 보다.
그렇다. 중고등학교때 친구들과 매달 만난다.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보니 공감도 많이 해주고, 연기와 관련해 칭찬과 지적도 적지 않게 해 주었다. 친한 친구들은 ‘그런가보다’ 했지만, 상을 탄 이후 주위 친구들의 연락이 뜸해지더라. 연락이 안 돼서 나중에 내가 연락을 했더니 ‘나만의 친구’가 아닌 느낌이 들고 연락하면 안 될 거 같아 연락을 못했다고 하더라.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래서 생각 날 때마다 안부도 하고 사람들을 더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친구들도 최대한 모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아르곤’을 통해 직장생활을 간접 체험한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다만 ‘아르곤’을 통해 친구들의 말하는 직장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느낌이 들기는 했다. 사람들이 토로하지 않는가. 직장에서는 라인이 중요하고, 상사에게 눈엣가시로 찍히면 직장생활 힘들 수 있다. 사회라는 것이 하나라도 관계가 얽혀있으면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아르곤’에서 김주혁과 러브라인이 생길 것 같은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결국 선후배 사이로 남았다. 러브라인이 없다는 것에 아쉽지는 않았는가?
“전혀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둘 다 러브라인을 거부했다. 사실 초반에 감독님께서 ‘러브라인이 있었으면 좋겠냐’고 물어보신 적이 있었는데, 저도 그렇고 김주혁 선배도 그렇고 무 자르듯이 ‘전혀요’라고 답했다. 이연화도 그렇고 김백진도 보여줘야 하는 상이 있다고 생각을 했다. 김백진의 경우 부인을 잃은 지 얼마 않았고, 딸과 감성적인 부분도 그려져야 하는데, 여기에 러브라인이 끼어들 틈도 없었고, 필요도 없었다.
Q. 둘 다 ‘아르곤’에서 러브라인을 원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만약 16부작이면 모르겠는데, 8부안에 감정을 다 풀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백진과 연화 사이 미묘함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선후배의 애정이다. 즉 연인으로서 조금도 발전 가능성이 없는 애정이라는 말이다. 만약에 ‘아르곤’이 시즌제로 가서 8시즌 정도 가면, 그때는 조금의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어찌됐든 ‘아르곤’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이야기는 사랑이 아니었고, 억지로 들어가게 되면 반감을 살 수 있다고 봤다. 러브라인이 없기에 현실적이었고, 그래서 (작품이) 더 만족스럽다.”
Q. 요즘 날씨가 쌀쌀해지고 우울해질 수 있는 가을이다. 요즘 천우희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 있다면?
“현장인 것 같다. 현장에서 일할 때 즐겁다. 연기를 하는 게 ‘괴롭다’ ‘힘들다’ 하면서도 계속 하는 이유가 캐릭터를 만들어 나갈 때 느끼는 즐거움과 재미 때문인 것 같다.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어떤 사람일가 구상하는 것이 즐거워서, 계속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이제 현장이 주는 즐거움이 끝났으니 다음에 작업하게 될 영화 속 인물에 대한 상상에 전념할 것 같다.”
Q. 계획 속에 ‘쉼’은 없는가? 너무 쉴 틈 없이 일하는 것 같다.
“아니다. 연기에 대한 욕심은 있지만, 제가 일을 많이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작년까지 여유롭게 일을 했었는데 올해가 유독 개봉일과 ‘아르곤’ 방송 스케줄과 연이어서 잡히다보니 굉장히 바빠 보이는 것일 뿐이다. (웃음)”
Q.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이제부터 다음 작품 준비에 들어갈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들도 만날 생각이다. 전에는 작품에 들어간다 싶으면 그거에 집중하느라고 여유를 못 부렸는데, 이제는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에너지를 받고 싶다.
Q. 앞으로 배우 천우희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좋은 연기를 보이는 것, 항상 진정성을 잃지 않고 연기를 하는 것이 목표다. 좋은 사람이면서 좋은 배우로 남고 싶다. 제 스스로 그 목표를 잊지 않고 살았으면 한다. 인간이다 보니 부족함이 있을 수 있는데, 최대한 성품이 좋으면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제 꿈이자 목표이다.(웃음)”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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