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뱃길은 여전히 불안하다. 올해 전국에서 발생한 연안여객선 사고 원인의 81.8%가 운항 중 부주의와 기관 고장 때문으로 드러났다. 해양관광 활성화로 연간 연안여객선 이용객 1,500만 시대를 맞아 ‘바다 위 버스’로 불리는 선박 안전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사고 예방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3분기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연안여객선 사고는 총 22건이다. 올해 연안여객선 사고 원인의 80% 이상은 기관고장과 운항 중 부주의 때문으로 나타났다. 22건 중 9건이 선박 노후화, 관리부실 등과 관련 있는 기관고장으로 발생했다. 선박 간 충돌 등 운항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도 9건이나 됐으며 3건은 돌풍 등 기상악화나 원인 미상 사고였다. 기관고장 사고가 발생한 9척 중 3척은 선령이 22∼26년이었다. 6척은 선령이 1∼14년이었으나 정비 소홀이 의심되는 기관고장이 발생했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노후 선박 퇴출을 위해 기준을 강화하고 선원 교육도 하고 있지만 상시적인 선박 유지·관리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선박 안전 규정을 강화해 화객선 선령 제한을 기존 30년에서 25년으로 단축했다.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령이 적용됨에 따라 기존 여객선의 약 10%가 당장 내년 7월부터 선령 제한 기준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안전기술공단에 따르면 전국에서 170척의 여객선이 육지와 섬들을 연결하고 있으며 이 중 44척이 20년 이상 된 선박이다. 전체 여객선 중 차도선과 카페리, 쾌속카페리 등 선령 제한이 25년인 화객선은 118척이며 이 중 20%인 24척의 선령이 20년을 넘겼다.
전국 여객선의 절반 이상이 다니는 전남은 여객선 95척 중 27척이 20년이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화객선으로 분류된 77척 중 16척의 선령이 20년을 넘었고 이 중 8척은 당장 내년부터 운항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인기 노선을 제외하고는 적자에 시달리는 영세 여객선사가 많아 선박 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사들은 선령연장검사를 통과해 연장 운행을 하거나 신규 또는 선령 15년 이내 중고선박으로 교체해야 하는 데 대한 비용 부담과 대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남 신안에서 20년 넘게 카페리를 이용해온 주민 서모(62)씨는 “오래돼도 안정적인 배가 있는가 하면 20년 미만이지만 잦은 기관고장이 발생하는 여객선도 있다. 전문 인력을 늘려 평소 선박 상태 관리 및 출항 전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샛별인턴기자 set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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