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채비’(감독 조영준) 제작보고회가 18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조영준 감독을 비롯해 배우 고두심, 김성균, 유선, 박철민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채비’는 30년 내공의 프로 사고뭉치 아들 인규를 24시간 케어하는 프로 잔소리꾼 엄마 애순이 이별의 순간을 앞두고 홀로 남을 아들을 위해 특별한 체크 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
장편 데뷔작으로 ‘채비’를 선보이는 조영준 감독은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 인규와 그런 아들을 극진히 보살피며 살아온 애순의 특별한 이별이야기다. 하루도 엄마 없이 살 수 없는 인규의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애순, 문경, 박 계장 등 주변 사람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고두심은 억척스럽지만 푸근한 우리네 엄마 애순 역을 맡았다. 이에 대해 고두심은 “부족한 아들을 세상에 홀로 남겨두고 간다는 것이 어떤 부모여도 산덩어리처럼 아프리라 생각한다”며 “짧은 시간에 어떻게든 자식이 바로설 수 있게끔 노력하고 가야지 마음이 놓이지 않겠나. 그런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작품에 임한 태도를 설명했다.
조영준 감독은 고두심의 연기 중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고 주어진 운명을 원망스러워했던 애순이 교회에 가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을 꼽았다. 이어 “촬영할 때 공간에서 느껴졌던 분위기가 기억에 남는다. 모든 스태프들이 집중했다. 어려운 장면이었는데 현장에서 몰입감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조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실제로 촬영장에서도 울었다. 저희 어머니가 2~3년 전에 편찮으셔서 쓰러졌는데. 너무 아프시니까 ‘엄마’라고 말씀하시더라. 엄마도 내 엄마가 아니라 누군가의 딸이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많이 몰입하고 많이 울었다”고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일곱 살 같은 서른 살, 늘 엄마가 필요한 아들 인규 역의 김성균은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찍으면서 선생님과 지내는 시간들이 점점 즐거워졌다. 정말 따뜻하고 내 집에 있는 포근한 마음으로 촬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에 고두심은 “김성균이 순수한 매력을 끄집어내는 것을 보면서 원래도 저 배우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아들이 돼서 더 애착을 갖게 됐다”고 칭찬했다.
유선은 애순의 딸이자 인규의 누나인 문경 역으로 분했다. 유선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공감 속에서 울림을 주는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이 들 즈음 채비라는 대본을 만나게 됐다. 감독님이 쓰시면서 누나 역할을 저를 연상하셨다고 하시더라. 운 좋게도 제일 먼저 대본을 받게 됐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어 “대본을 받고 읽으면서 당연히 연상을 하게 되는데 그때 ‘우리 갑순이’를 찍고 있었기 때문에 엄마(고두심)가 하셔야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대본을 들고 엄마를 찾아갔다”고 캐스팅 비화를 덧붙였다.
인규 모자의 든든한 지원군은 박 계장 박철민이, 애순의 말동무이자 행복약국의 약사 정자는 김희정이, 어린이집 교사이자 인규의 짝사랑 경란은 신세경이 연기한다. 따뜻한 주변 인물들을 통해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조영준 감독은 “인규의 홀로서기가 애순의 홀로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도 발달장애를 가진 분들이 홀로 서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주변 인물의 도움이다”고 운을 떼며 “같은 발달장애 친구 등 각각의 인물들이 애순의 빈자리를 대신 채워주는 것이다. 거의 모든 인물들과의 관계가 재미있게 그려질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끝으로 “특별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평범하고 보편적인 이야기다. 모든 분들이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보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채비’는 오는 11월 9일 개봉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