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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원옥 할머니 美방문 “역사는 자기네가 지우고 싶다고 지워지지 않아”

솔즈베리大 ‘평화의 소녀상’ 건립 연기에 “진실 밝혀질것”

길원옥 할머니. /서울경제DB




길원옥(90)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방미했다. 17일(현지시간) “역사라는 것은 자기네들이 지우고 싶다고 지워지고 무조건 세우고 싶다고 세워지는 게 아니다”며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버지니아주(州) 애넌데일의 워싱턴한인연합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릴랜드주 솔즈베리 대학에 세워질 예정이었던 ‘평화의 소녀상’(가로 200㎝, 세로 160㎝, 높이 123㎝) 건립이 무산된 상황을 놓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말 워싱턴DC에서 제막행사를 한 이 소녀상은 솔즈베리 대학 내에 오는 19일 설치될 예정이었으나, 이 사업을 추진 중이던 ‘워싱턴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는 지난달 말 학교 측으로부터 무기한 연기를 통보받았다. 이재수 건립추진위 사무총장은 “일본 측의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대학 내에서 설립 작업을 진행해온 교수들과 함께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워싱턴DC 제막행사에도 참석했던 길 할머니는 “(일본이) 힘을 들여 없애려고 애쓸 게 아니라 (소녀상이) 빨리 세워져서 역사에 올라갔으면 좋겠다”며 “(일본이) ‘사람은 이렇게 사는 게 아니로구나’ 하고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이어 “항상 마음속으로 일본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한국에서 무엇만 하려면 방해를 하니 예쁘지 않고 밉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람마다 잘못이 다 있게 마련인데 그걸 말해주는 게 세월이더라”며 “세월이 흘러가면 진실이 밝혀지고 거짓이 없어지는 게 아마 세상일인 것 같다”고도 했다. 길 할머니는 “소녀상을 세우는 것은 희망과도 같은 것이다. 좋은 곳에 세워주셨으면 좋겠다”며 “(솔즈베리 대학에 설치되면) 꼭 만나야 할 소녀상이니 만나러 오겠다. 세워지는 곳곳마다 가야죠”라고 말했다.



평양 출신의 길 할머니는 지난 8월 애창곡 15곳을 담은 은반 ‘길원옥의 평화’를 발표, 뒤늦게 가수의 꿈을 이뤘다. 길 할머니는 늦깎이 가수로 데뷔한 소감을 묻자 “꿈을 이뤘다 해도 젊어서 같지는 않겠죠”라며 웃었다. 길 할머니는 지난 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 평화 콘서트 및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어폴로지’ 상영회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18일 조지워싱턴대학, 19일 솔즈베리 대학에서 강연을 통해 피해자 증언을 한 뒤 23일 귀국한다.

윤미향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할머니들의 역사가 소녀상의 형태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고 미래세대가 이어받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손샛별인턴기자 set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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