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이 촉발한 미국 사회의 인종주의 논란이 정보기술(IT) 집적지인 실리콘밸리부터 금융중심지 월가까지 파고들고 있다.
미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에서 일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노동자 3명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자신들이 부당한 차별을 받았지만 회사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테슬라에 몸담으면서 동료들은 물론 책임자들의 인종차별에까지 시달려야 했다”며 “마치 짐 크로(Jim Crow,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와 차별을 규정한 법) 시대를 보는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테슬라는 최근 일주일 만에 직원 수백명을 해고해 “신제품 생산 지연에 따라 구조조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악재가 잇따르자 테슬라는 “3만3,000명의 임직원 중 누구도 인종·성별·신념에 따라 차별받아서는 안 되겠지만 사각지대에서 차별이나 학대가 이뤄질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서 “테슬라 정도의 규모를 가진 회사에서 이러한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둘러댔다.
월가에서는 경제비관론을 설파하며 ‘닥터 둠’으로 이름을 알렸던 마크 파버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자신의 이름을 딴 투자자문사 회장인 파버가 백인우월주의로 비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3일 투자자 뉴스레터에서 “미국이 흑인이 아닌 백인들의 나라인 점을 신에게 감사드린다. 그렇지 않았다면 미국은 짐바브웨처럼 됐을 것”이라며 “미국은 백인이 주도하면서 적어도 200여년간 정치·경제적 햇살을 누렸다”고 밝혔다.
여론이 악화되자 파버는 “역사적 사실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비판받아야 한다면 나는 인종주의자로 불려야 할 것”이라며 자신은 단지 사실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논란이 진정되지 않으면서 파버는 자신이 몸담았던 캐나다 펀드운용사 이사직을 사임했다. 파버를 출연시켰던 CNBC방송 등은 “더 이상 그를 섭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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