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정원’은 과연 인간과 인간의 공존 혹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 가능한가에 대해서 의미있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재연’이라는 한 과학도가 신념을 가지고 오랫동안 연구해왔던 것이 타인의 욕망 때문에 무너지게 되면서 숲으로 들어가 자기의 신념을 계속 지키고자 하는 과정을 그린다.
희생된 순수함을 지키려는 주인공의 욕망이 폭발하기까지의 과정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상처를 입되 자기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이 전하는 위로는 울림이 크다.
18일 서울 용산 CGV에서 영화 ‘유리정원’(감독 신수원, 제작 준필름)의 언론 배급 시사가 진행됐다.
‘유리정원’을 연출한 신수원 감독은 ‘욕망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인간의 욕망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과 달리 식물은 산소와 물과 태양만 있어도 천년, 이천년을 살아가는 게 신기했다. 나무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가해하는 상황들이 크든 작든 많이 일어나게 된다. 영화는 그 지점을 건드리고 있다.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전작 <명왕성>과 <마돈나>를 통해 대한민국 여성 최초 칸,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상 쾌거를 이루며 국내외 영화계를 사로잡은 신수원 감독은 매 작품마다 심도 깊은 주제의식, 날카로운 통찰력을 선 보이고 있다.
이번 ‘유리정원’에서 일상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라는 지극히 사실적인 무대에서 시작해, 초록의 피, 나무의 저주라는 환상적인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해 한 여자의 인생을 훔친 소설가가 엮어가는 소설과 현실을 넘나든다. 현실 속에 존재하지만 현실이 아닌 공간인 듯한 숲 속 유리정원을 통해 판타지로까지 장르를 확장시켜 나간다.
특히 신수원 감독은 자신이 숲에서 태어났다고 믿는 미스터리한 여인과 그의 인생을 훔친 소설가라는 가공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을 통해 현실적인 주제의식을 논한다. 즉 이상을 꿈꿔온 순수한 인물이 욕망에 사로잡힌 이들에 의해 좌절을 맛보면서 일상이 파괴되어가는 과정이 흡인력이 높다.
지난 2월 급성구획증후군 진단을 받고 4차례에 걸쳐 수술한 뒤 올해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유리정원’을 통해 활동을 재기한 문근영이 단연 화제다. 문근영은 순수, 그리고 순수를 지키고자 하는 욕망과 광기를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문근영의 인생 연기라고 할 만하다.
문근영은 ‘유리정원’에서 미스터리한 과학도 역을 맡았다. 특히 왼쪽 다리가 12살 때부터 자라지 않는 희소병을 앓고 있는 재연으로 분했다. 이날 문근영은 시사회를 보며 터져나오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촬영을 하며 재연으로 살았던 시간들이 오버랩 돼 영화를 보면서 울컥했던 것 같다“고 속내를 밝혔다.
문근영이 전하는 힐링 영화다. 숲 속을 배경으로 상처 받은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고 신비롭게 풀어낸 이번 영화의 주인공으로 또 다른 배우를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는 ”‘유리정원’은 처음엔 상처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치유의 메시지를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에 가까운 인간형이 상처받는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받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 자연이 주는 위대한 힘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신수원 감독은 “이야기의 처음과 끝이 다른 것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30대 중반 정도의 여자 배우가 필요했고 그중에서 근영 씨가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 ” 며 “‘신데렐라’를 보면서 성숙한 느낌을 받았다. 근영 씨가 순수하면서도 섬뜩한 느낌을 잘 살릴 거라 생각했다”고 재연 역으로 캐스팅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숲을 여행하는 듯한, 힐링을 전하는 영화 ‘유리정원’은 오는 25일 개봉한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