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대전에 위치한 국립현충원에 ‘친일파’로 분류되는 인물 63명이 안장돼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잘못된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 이들 묘지를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이장을 강제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관련 논의도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보훈처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다고 결정한 사람 가운데 국립서울현충원에 7명, 국립대전현충원에 4명이 안장돼 있다. 서울현충원에는 김백일, 김홍준, 백낙준, 신응균, 신태영, 이응준, 이종찬, 대전현충원에는 김석범, 백홍석, 송석하, 신현준이 안장됐다. 이 중 일부는 해방 후 한국전쟁 때 우리 군 고위 장교로 공을 세우기도 했으나 대부분 일제 강점기 일본군, 만주군 등에서 근무한 전력이 있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됐다.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 수록 친일인사 중 서울·대전 현충원에 안장된 경우까지 합하면 63명이다. 서울에 37명, 대전에 26명이 묻혀있다. 여기에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분류한 친일·반민족행위자 11명이 전부 포함돼 있다.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인사들의 묘를 밖으로 이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예우를 받을 자격이 없으며 독립유공자에 대한 모욕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박성행, 이동락, 윤익선, 이종욱, 임용길, 김홍량, 김응순, 박영희, 유재기 등이 국무회의를 통해 서훈이 취소돼 2011∼2015년 국립묘지 밖으로 이장된 사례도 있지만 현재 이장을 강제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가 없어 관련 논의도 수년째 공전하고 있다. 김 의원은 “과거사 청산이 미흡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며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국립묘지 밖 이장은 국민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가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8월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확정된 사람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도록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립묘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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