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공화당 출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일제히 쓴소리를 쏟아냈다. 두 전직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과 정치에 대한 발언을 자제해온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공교롭게도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해 눈길을 끌었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 뉴어크에서 열린 민주당 소속 필 머피 주지사 후보 지지연설에서 “수세기 전으로 거슬러올라가는 분열의 낡은 정치를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지금은 19세기가 아니라 21세기”라며 “우리가 잠재웠다고 생각한 똑같은 (분열의) 정치를 지금 다시 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분열의 정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그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바마의 전임인 부시 전 대통령도 이날 뉴욕에서 열린 조지W부시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 16분에 걸친 기조연설을 통해 트럼프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의 정체성은 지리나 인종, ‘피와 땅(나치 슬로건)’ 등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편협함과 백인우월주의는 어떤 형태든 미국적 신념에 반하는 신성모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시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지난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주도한 유혈 폭력사태를 두둔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이어 “우리는 민족주의가 반이민주의로 변질되는 것을 목격했고 이민이 미국에 가져다준 역동성을 잊어버렸다”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최우선 정책 기조로 내세우며 보호무역주의와 반이민 행정명령 같은 고립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앤서니 블링컨은 뉴욕타임스(NYT)에 “두 대통령의 강력한 웅변은 두 정당이 국내외에서 지지했던 민주주의의 기본원칙들이 위험에 빠졌다는 경고”라고 강조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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