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의 한 정신병원에서 전자발찌를 부수고 달아났다가 78일 만에 붙잡힌 살인미수 전과자에게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과자는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인으로 도주 직후 서울에서 수도권을 돌며 일용직 일을 했다고 밝혔지만 이동 수단 등 세부적인 진술을 거부해 조력자 존재 여부를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20일 전남 나주경찰서는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달아난 혐의(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유태준(48)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유씨는 지난 8월 1일 오후 3시 36분쯤 치료 감호 중인 전남 나주에 위치한 한 정신병원에서 전자발찌를 부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도주 78일 만인 지난 18일 인천 남동구의 주택가 골목에서 유씨를 검거했다. 유씨는 정신병원을 탈출해 하루 동안 산속에 숨어 있다가 다음날인 8월 2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 구로구로 이동했다고 진술했다. 미리 인출해놓은 현금 100만원이 다 떨어져 수원, 안산, 인천 등지에서 노숙자 명의를 빌려 일용직 노동을 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경찰과 국가정보원의 조사에는 진술 거부를 하고 있으며 10여 년간 자신을 관리해온 광주보호관찰소 관계자를 통해서만 조사에 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씨가 지난 9월 7일 수원에서 본인 명의 통장을 재발급한 사실을 확인하고 행적을 추적해 검거했지만 이외의 행적에 대해서는 유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져 원점에서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유씨는 “북에 있는 아내가 보고 싶어 달아났고 서해를 통해 가려고 월미도를 답사했다”며 “북으로 보내달라“고 말했다. 휴대전화로 입북 관련 내용을 수차례 검색한 점 등을 통해 국가보안법위반(탈출예비)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
그는 2004년 이복동생을 흉기로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징역 3년과 치료감호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러나 최초 탈북 이후 아내를 데려오며 입북, 재탈북을 반복했고 북한과 관련한 망상 장애에 시달려 지난해 치료감호 가종료 후 3년간 정신병원 치료와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았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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