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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24/7] 취객·용의자 제압하다 年 2,000명 다치거나 순직..갈수록 멍드는 공권력

■ 경찰 수난시대





“마누라한테 또 혼나겠네.”

영화 ‘공조’에 등장하는 한 형사가 범인을 추적하다 상처를 입은 후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이렇게 말한다. 범인을 검거하다 다치는 일이 워낙 잦다 보니 상처에 대한 걱정보다 잔소리를 할 아내 걱정이 먼저다. 그리고 자조 섞인 투로 무심하게 툭 내뱉는다. “형사, 뭐 그렇지.”

국민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의 안전이 흔들리고 있다.

술 취한 시민을 안전한 곳으로 안내하다 폭행을 당하거나 욕설을 듣는 일은 다반사. 음주단속에 걸린 운전자가 경찰을 차에 매달고 도로를 질주하는가 하면 흉기를 든 용의자를 검거하다 상처를 입는 일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찰의 숙원사업인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인권보호를 내세우고 있어 사건 현장에서 경찰 자신의 안전관리는 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공권력 행사 보장됐지만..

테이저건 등 적법하게 써도

자칫 사고 땐 과잉대응 논란

책임규명 어려워 ‘딜레마’



지난 11일 전북 군산에서 한 취객이 식당에서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취객 A(66)씨를 제지하던 중 머리로 얼굴을 들이받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지난해 5월 경북 김천에서는 음주운전자 B(33)씨가 몰던 차량에 경찰관이 치어 숨졌다. 경찰관은 음주단속을 피해 도주하던 차량에 10여m를 끌려가다 떨어지면서 차량 뒷바퀴에 깔려 변을 당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경찰이 공무를 수행하다 다친 사례는 1만345건으로 집계됐다. 안전사고가 4,660건(45%)으로 가장 많았다. 범인에 의한 피습(2,875건·28%)이나 교통사고(2,546건·25%)도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범인을 검거하려다 습격을 당해 다치는 사례가 해마다 전체 부상 건수의 약 3분의1에 달하는 셈이다. 같은 기간 공무수행 중 순직한 경우는 총 81건에 달했다. 질병으로 인한 순직이 52건(64%)으로 가장 많았다. 교통사고와 범인에 의한 피습에 따른 순직은 각각 20건(24.7%), 3건(3.7%)을 기록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매년 경찰이 다치거나 순직하는 경우가 2,000여건이나 발생하는 만큼 경찰공무원의 안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경찰의 공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하지만 워낙 현장 상황이 다양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 규명이 힘들다 보니 경찰들이 애를 먹고 있다.

공무집행 중인 경찰에게 폭력 등 물리력을 행사하면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 수갑·테이저건 등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장비들도 경찰에게 허용된다. 술을 마시고 지구대·파출소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에게도 수갑을 채울 수 있다. 테이저건은 경찰관의 설득에도 난동을 부리거나 흉기를 휘두르는 경우에 경고 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안면과 심장은 안 된다. 총은 용의자가 총기 등의 흉기를 들고 있거나 탈주범을 체포하는 경우에 쓸 수 있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상황이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일일이 매뉴얼에 맞게 대응하기 어렵다. 실제 6월16일 경남 함양에서 정신병원 입원을 거부하며 흉기를 휘두르던 한 남성이 경찰이 쏜 테이저건을 맞고 숨졌다. 당시 경찰관들은 삽과 낫을 든 이 남성을 설득했지만 흥분한 상태에서 멈추지 않자 테이저건을 쐈다. 경찰은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을 비난하는 여론도 높았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공권력 행사는 국가의 폭력이 되지만 합리적 공권력 행사는 시민이 국가에 위임한 정당한 권력이라는 인식과 제도 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피의자 등이 불법적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언젠가 공권력 추락으로 인한 피해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송 휘말려도 자비로 부담

치안관리 중 상처라도 입히면

한순간에 피의자 신세로 전락

내부징계 등 부담에 지원 꺼려



지난해 7월 서울 연신내지구대 박모 순경은 지구대 조사실에서 자신에게 달려드는 취객을 제압하던 중 전치 5주의 상처를 입혔다. 취객은 박 순경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박 순경은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 판결과 함께 합의금과 치료비로 취객에게 5,300만원을 물어주라는 판결을 받았다. 감봉 1개월 징계 처분도 받았다. 이 일이 경찰 내부망을 통해 알려지면서 경찰들의 모금활동이 시작돼 경찰 5,700여명으로부터 1억4,000만원이 모였다.

치안관리나 용의자 체포 등의 업무를 하다 이처럼 상대방으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경찰이 늘어나고 있다. 소송에 휘말린 경찰관들은 대부분 사비를 들여 해결한다.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는 비난과 함께 내부징계에 대한 부담도 떠안는다. 경찰 관계자는 “일선에서 근무한 경찰관이라면 한 번쯤은 소송에 휘말린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과잉 대응으로 민원이 제기되거나 소송에 휘말릴 경우 한순간에 피의자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경찰 로또’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자신의 잘못을 떠나 “경찰 때문에 다쳤다”고 소송을 제기하면 거액의 합의금을 뜯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경찰은 2013년 7월부터 ‘소송지원단’ 제도를 통해 공무수행 중 발생한 사건·사고로 소송에 휘말린 경찰관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1인당 최고액이 1,500만원에 불과하고 경력관리 등을 위해 지원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곽 교수는 “보다 엄격한 경찰 현장대처 방안 마련과 함께 국가 차원에서 피소송인 경찰관에 대한 현실적인 수준의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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