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방송되는 KBS1 ‘다큐공감’에서는 ‘매봉산 고랭지 배추 92일의 기록’ 편이 전파를 탄다.
배추 6백만 포기의 엇갈린 운명. 해발고도 1250미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강원도 태백시 매봉산의 고랭지 배추밭. 내리쬐는 태양을 피할 길도 쏟아지는 비를 막을 길도 없다. 6월의 가뭄과 평년보다 더웠던 7월의 이상 폭염, 그리고 갑자기 몰아친 8월의 기습 폭우까지. 배추 한 포기가 견뎌낸 92일의 여름과 그 여름 한 가운데에서 허리 굽혀 배추를 키운 사람들의 이야기.
▲ 3백만 개의 배추 모종을 다시 심어야 한다. 6월 가뭄, 비가 와야할텐데...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매봉산 고랭지 배추밭은 해발고도가 1250미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이곳에서 키우는 배추는 무려 6백만 포기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물량이 쏟아지는 탓에 우리나라의 한 해 배추가격은 이곳 매봉산에서 정해진다. 그런데 배추 모종을 심고 한달 가까이 비가 오지 않는다. 뜨거운 태양에 아기 손보다 작은 모종은 속수무책으로 녹아내린다. 계속 비가 오지 않으면 배추밭 전체가 망가질 것이다.
▲ 대한민국 농사는 할머니들이 다 짓는다.
6월 25일, 반가운 비가 내린다. 배추가 빠른 속도로 자라기 시작하자 배추밭 고랑 사이사이로 이름 모를 풀도 빠르게 자라난다. 이제는 잡초와의 전쟁이다. 김 매는 할머니들의 나이는 6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하다. 그들은 매봉산의 거친 돌이 어떻게 배추를 키우는지 잘 안다. 낮동안 뜨겁게 달권진 돌이 차가운 해질녘 공기를 만나 물방울이 맺치면 그걸 배추가 받아 먹는다. 할머니들은 이를 두고 ‘돌이 오줌을 싼다’고 말한다. 90도로 굽은 허리, 40도가 넘는 경사진 밭. 그 고랑 사이를 누비는 이들의 노고는 과연 빛나는 수확으로 이어질까.
▲ 한 해에 1500번 쯤 매봉산에 올라와야 배추를 키울 수 있다.
배추 농사 35년 경력의 권오성씨는 매봉산에서 가장 배추를 잘 키우는 사람에 속한다. 그의 집은 산 아래 있지만 그는 하루에도 대 여섯 번씩 매봉산에 올라온다. 아침 저녁으로 달라지는 배추의 상태를 점검하고 비료를 주거나 솎아줘야 그만큼 좋은 수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90%의 수분을 가진 배추는 날이 너무 뜨거워도 습해도 쉽게 물러버린다. 이제 절반 가량이 자란 배추밭. 35일 후면 출하다. 그때까지 가장 조심해야할 것은 바로 무름병이다.
▲ ‘출하 일주일 남겨 놓고 속수무책으로 당한거야.‘
매봉산의 기온이 29도까지 올라간다. 이상폭염 때문이다. 경사진 밭에서 바짝 마른 토양이 위태롭다. 그런데 폭염 끝에 기습적인 폭우가 이어진다. 풀은 무성하게 자라고 배추는 무르기 시작한다. 매봉산 보다 해발고도가 낮은 아랫 지역의 고랭지 배추밭에서는 다 자란 배추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상 폭염과 기습적인 폭우로 엇갈리기 시작하는 배추 6백만 포기의 운명! 이제 수확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일주일이다.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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