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여자 초등학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사실상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은 10대 소녀와 공범이 항소심을 앞두고 변호인단을 모두 교체했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1심 재판에서 변호인단이 형량을 전혀 줄이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이 사건 주범인 고교 자퇴생 A(16)양과 공범 재수생 B(18)양은 항소심을 앞두고 A양과 B양은 최근 변호인단을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둘 다 국선 변호사를 1명씩 선임했다. B양이 선임한 국선 변호사는 서울지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1997년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인 이른바 ‘세풍(稅風)사건’을 맡아 재판을 진행하던 중 사표를 내고 변호사 개업을 한 인물이다. B양은 1심 재판 때 부장 판·검사 출신 등을 대거 담당 변호사로 지정해 과도한 변호를 받는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A양과 B양은 지난달 22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각각 징역 20년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1심 판결에 불복해 모두 항소한 상태다. 검찰은 구형한 대로 선고됐다는 이유로 항소하지 않았다. 이들의 항소심 사건은 서울고법 형사7부에 배당된 상태이며 아직 첫 심리기일은 지정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A양과 B양 측이 1심 재판에서 형량을 전혀 줄이지 못했다는 이유로 변호인단을 교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적용하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이미 선고받은 상태에서 항소하더라도 잃을 게 없는 상황도 고려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형사소송법 제368조 ‘불이익변경의 금지’ 조항에 따르면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은 원심판결의 형보다 더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하게 돼 있다.
A양은 조만간 열릴 항소심에서 1심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심신미약을 재차 주장하며 형량을 줄이려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A양은 올해 3월 29일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생 C(8)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괴해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적용된 죄명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죄다.
B양은 A양과 살인 범행을 함께 계획하고 훼손된 C양의 시신을 건네받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애초 살인방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나 재판 중 살인 등으로 죄명이 변경됐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