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유명 한식당인 한일관 대표 김 모씨가 서울 압구정동의 아파트 단지 내에서 가수 최시원이 기르는 프렌치 불독에게 물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이 알려지자 견주인 최시원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발생 직후 해당 견종이 사람들을 자주 무는 견종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이특도 과거 최시원이 기르던 프렌치불독에 의해 물렸으며, 그의 여동생은 SNS를 통해 ‘사람들을 자주 물어서 훈련을 받았다’는 식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사건의 징후가 있었음에도 개에게 입마개는 물론이고 목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책을 시켰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최시원은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가족을 잃은 큰 충격과 슬픔에 빠져 계실 유가족 분들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얼마 전 저희 가족이 기르던 반려견과 관련된 상황을 전해 듣고 너무나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고인과 유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가족의 한 사람으로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항상 철저한 관리를 했어야 하는데 부주의로 엄청난 일이 일어나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고 사과의 글을 올렸다.
최시원의 아버지 최기호 씨 역시 딸의 SNS 계정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유족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이어 “이웃인 고인은 저희 집 문이 잠시 열린 틈에 가족의 반려견에 물리고 엿새 뒤 패혈증으로 사망하신 것은 사실이나, 치료과정의 문제나 2차 감염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정확한 사인을 단정 짓기 어려운 상태라 들었습니다. 항상 조심하고 철저히 관리했어야 하는데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뿐입니다. 애도의 뜻을 전하기 위해 조문을 다녀왔고, 위와 같은 상황에 대하여 유가족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를 드렸습니다. 현재도, 앞으로도 고인이 되신 분과 유가족분들께는 큰 마음의 짐을 지게 되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반려견은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하겠습니다”고 사죄하며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과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심지어 피해자인 한일관 대표 유가족 측이 “너무나 황망한 죽음이지만, 견주 분들을 증오하고 혐오하기에는 생전에 견주분과 내 동생(이웃)간의 사이를 잘 아는데다가, 그로 인해 내 동생이 다시 살아돌아 올 수 없음을 잘 알기에 용서했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한번 돌아선 여론은 좀처럼 진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시원을 향한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은 직접적인 반응으로 나타났다. 22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한 tvN 주말드라마 ‘변혁의 사랑’의 시청률이 2.8%(유료플랫폼)로 집계된 것이다. 이는 전부 방송분이 기록한 3.5%보다 0.7%포인트 떨어진 성적이다.
‘변혁의 사랑’에서 철없는 재벌3세 변혁(최시원 분)을 연기하고 있는 최시원은 특유의 유쾌한 톤을 유지하며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다. 첫 방송 당시 코믹연기에 대한 호평이 많았던 최시원이었지만 사건 이후 반응이 뒤바뀌었다. 실제로 방송직후 댓글과 반응을 살펴보면 아무리 사과를 했다고 하더라도 ‘프렌치불독’ 사건 이후 최시원의 코미디 연기를 웃으며 보기 어렵다는 평이 잇따르고 있다.
계속된 사과에도 왜 사람들은 최시원에게 분노하는 것일까. 최시원 가족’에 대한 직접적인 분노도 있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최시원 가족이 대표하고 있는 ‘견주의 부주의’에 대해 분노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목줄은 매너가 아닌 타인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아무리 주인에게 착하고 귀여운 강아지라도,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맹수로 돌변할 수 기 때문이다. 목줄을 하지 않을 경우 발생될 수 있는 문제가 최시원의 프렌치 불독 사건을 통해 드러났고, 실제로 비슷한 사례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단순히 견주가 유명인 이어서가 아니다. 이웃이 기르던 개에게 물려죽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만으로도, 더 이상 피해자가 타인이 아닌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닿은 것이다.
유족에겐 용서를 구했지만 대중의 비난은 피하지 못하고 있는 최시원. 무는 것이 개의 습성이라면 어쩌면 본능에 따른 개에게는 잘못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인은 아니다.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었던 죽음을 부른 건 개보다도 이를 관리하고 책임지지 못한 견주의 책임이 더 크다. 최시원의 프렌치 불독 사건으로 불거진 반려견 물림 사고는 2011년 240여 건에서 2015년에는 1480여 건, 지난해에는 1010여 건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개와 사람이 공존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법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최시원을 둘러싼 구설수는 계속될 전망이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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