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중앙정부의 ‘카탈루냐 자치권 박탈’ 초강수에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둘러싼 위기 국면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헌법 제155조의 스페인 의회 통과까지 앞으로 일주일간 극적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무력충돌도 배제할 수 없어 자칫 내란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스페인 중앙정부는 전날 긴급 국무회의에서 헌법 155조를 발동해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해산하고 향후 6개월 내 선거를 치러 새 지방정부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또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이끄는 카를레스 푸이그데몬 수반 등을 몰아내고 새 지방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당분간 중앙정부가 이 지역을 직접 통치하겠다고 밝혔다.
헌법 155조는 중앙정부에 불복종하거나 헌법을 위반하는 자치정부를 상대로 중앙정부가 자치정부 해산과 자치경찰 장악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동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 155조가 발동되려면 결의안이 상원을 통과해야 하는데 집권당인 국민당이 다수여서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원은 오는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통과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사상 유례없는 조치에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푸이그데몬 수반은 이날 저녁 연설을 통해 “프란시스코 프랑코 군부독재 이후 카탈루냐에 대한 최악의 공격”이라며 “불법적인 조치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카탈루냐는 지난 1939~1975년 프랑코 독재정권 시절 자치권을 박탈당하고 카탈루냐어 사용이 금지되는 등 탄압을 받았다. 푸이그데몬 수반은 이어 “스페인 정부의 조치는 민주적 태도와 양립하지 않으며 법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다음주 자치의회를 소집해 스페인 정부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그 자리에서 카탈루냐 독립 선언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푸이그데몬 수반이 전격적으로 카탈루냐 독립을 선언하고 새 공화국 구성을 위한 선거 계획을 밝히는 등 스페인 중앙정부에 앞서 선수를 치는 전략을 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경우 스페인 사법당국은 최고 30년형이 가능한 반란죄를 적용해 푸이그데몬 수반 체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후 카탈루냐 제1도시 바르셀로나에서는 스페인 정부의 결정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카탈루냐 주민들은 독립기 에스텔라다를 흔들며 ‘자유’와 ‘독립’ 구호를 외치고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를 규탄했다. 경찰 추산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들은 4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푸이그데몬 수반도 시위에 참여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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