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홍준표 대표가 ‘성완종 사건’ 당시 협조를 요청했던 사실을 폭로하며 홍 대표의 아킬레스건을 노골적으로 공격했다. 이에 홍 대표는 증거도 없이 협박하고 있다며 직접 대응을 선언했다. 친박계와 홍 대표가 정면 충돌하며 자유한국당의 계파 대립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오는 30일 최고위원회의 박근혜 전 대통령,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징계 확정을 앞두고 전면전이 시작된 만큼 당 내홍은 장기화할 분위기다.
서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대표는 성완종 관련 사건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홍 대표 본인이 잘 알 것이다. 대선후보뿐 아니라 일반 당원으로서도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며 “(홍 대표가)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을 때 제가 증거를 내놓겠다”며 추가 폭로까지 예고했다.
홍 대표는 서 의원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서 의원이 검찰총장·대법원장에게 진정서를 제출해 (나를) 매장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서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서 의원 측근들이 나를 찾아와 (서 의원을) 출당시키면 폭로할 듯이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의 추가 폭로 예고에 대해서도 “협박만 하지 말고 녹취록을 공개해 내가 회유를 했는지, 아니면 거짓증언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는지 판단을 한번 받아보자”며 “유치한 협박에 넘어갈 홍준표로 봤다면 참으로 유감”이라고 발끈했다.
서 의원과 홍 대표는 감정싸움을 넘어 서로를 ‘탈당 대상’으로 규정했다. 서 의원은 “(홍 대표는) 지금도 알량한 법 지식을 활용해 혹세무민하고 있다. 근신하고 자숙해야 할 사람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 ‘내로남불’식 징계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며 “새로운 희망을 위해 홍 대표 체제를 허무는 데 제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이어 “홍 대표는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대법원 최종심을 기다리는 처지다.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과 함께하겠다. 홍 대표 퇴진을 위해 일차적으로 당 내외 법적 절차를 해나가겠다”고 집단행동까지 불사하겠다며 경고했다. 홍 대표의 자격 여부를 문제 삼은 만큼 홍 대표를 윤리위에 제소하는 방안과 법적 대응 방안 등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 측은 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 대응에 나서겠다고 시사했다.
홍 대표는 친박들의 반발을 ‘준동세력’이라고 꼬집으며 친박 핵심 청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의 준동에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가는 길에 내우외환의 어려움이 닥쳐도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거침없이 돌파해나갈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또 서 의원을 향해 “폐수를 깨끗한 물과 같이 둘 수는 없다”며 “노욕·노추로 비난받지 마시고 노정객답게 의연하게 책임지고 당을 떠나시라”고 일갈했다.
홍 대표는 미국 출국날인 23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 입장을 낼 예정이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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