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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특조위 ‘가짜 자료와 전쟁 수행 중’

군이 작성한 자료, 대다수 왜곡·조작

5·6공 시절 정부 차원 조직적 조작 흔적도

이건리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전두환 정부의 80위원회 관련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연합뉴스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23일 “가짜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군에서 과거에 작성한 자료가 조작됐으며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의 5공과 6공 시절 정부 차원의 조직적 은폐·조작 정황이 포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건리 특조위원장은 이날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985년 국무총리실과 국가안전기획부에 구성된 ‘80위원회’ 등 국가계획안을 통해 5·18 관련 역사적 사실이 왜곡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그 진상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노태우 정부 하에서 1988년에 511위원회 또는 511 연구반과 분석반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이들 조직은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비밀조직이었으며 비공개 백서를 발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조위 관계자는 “지난 88년 국회 청문회와 95년 부처 합동수사, 2007년 국방부 과거사 위원회 조사는 모두 군이 제출한 자료가 정확하다는 전제를 갖고 있었지만 이번 조사에서 군이 제출한 자료의 상당수가 조작되거나 은폐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군이 5.18 관련 수기집을 발간하면서 내용을 미리 알려주거나 제출된 수기를 다시 쓰라고 회송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기무사령부에서 최초로 제출한 자료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의혹을 받는 당시 및 현재 군 관계자들은 ‘이미 40년이나 다 돼가는 지나간 일을 끄집어내 왜 분란을 일으키느냐’ ‘왜 공연히 쓸데없는 일을 해 군의 명예를 떨어뜨리느냐’고 하면서 진상규명에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며 조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현재 보전돼있는 군 자료 중 중요한 부분은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고 보전 연한의 경과 등으로 폐지됐으며 존안 된 자료 일부는 왜곡 또는 변질 돼 있다”며 “특조위는 한마디로 ‘가짜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과 폭탄을 탑재한 전투기의 광주 출격 대기 의혹의 진상규명을 하라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난달 11일 출범해 약 40일 동안 조사활동을 해왔다. 이번 기자회견은 조사활동의 경과 보고 형식으로 진행됐다. 특조위는 헬기 사격 의혹에 관해 목격자를 포함한 19명을 조사했고 전투기 출격 대기 의혹에 관해서는 조종사와 무장사 등 29명을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출범한 국방부 5.18 특조위는 오는 11월 말까지 운영될 예정이었으나 새로운 조작 사실이 드러난 이상 활동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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