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선배 다섯 살배기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일용직 노동자가 혐의를 부인하며 죽은 아이가 “모텔에서 목욕 도중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다”고 23일 주장했다.
보육비를 노리고 직장 선배 아들을 데려다 키운 안모(29·일용직 노동자)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10월 2일 박군을 모텔로 데려간 뒤 다음날 낮에 목욕탕에서 목욕을 시키다가 박군이 두 차례 넘어졌다”며 “한 번은 엉덩방아를 찧고 다음번에는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다”고 진술했다. 안씨는 5일 새벽에 숨진 아이를 이불로 감싸 낙동강 산호대교 아래에 묻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안씨가 살인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거짓 진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안씨에게 살인혐의(징역 5년 이상, 무기징역, 사형)보다 형량이 높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및 감금·유기치사 혐의(징역 7년 이상, 무기징역, 사형)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씨는 현재 형법상 영리 목적 유인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이날 박군으로 보이는 시신을 유전자 검사로 확인하고 부검에 나선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2~3일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이나 부검 결과는 한 달가량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백골 상태로 발견돼 타살혐의를 찾아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칠곡경찰서 김기갑 여성청소년과장은 “자백이 없으면 살인혐의를 밝히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하면 살인혐의보다 형량이 높아 처벌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범행 당시 인터넷 도박으로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빚을 져 직장 선배인 박(37)씨에게 “혼자 애를 키운다고 힘든데 좋은 보육시설에 보내주자”며 박군을 데려온 뒤 6개월간 월 27만 원을 보육비로 받아냈다. 박군은 평소 삼촌처럼 지내오던 안씨를 의심 없이 따랐다고 경찰은 전했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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