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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정부米의 눈물





1979년 5월,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는 사건이 터졌다. 농협이 정부미인 ‘밀양 23호’ 3만 가마를 일반미로 재포장해 20%나 가격을 부풀린 뒤 시중에 유통한 ‘정부미 위장판매’ 사건이다. 당시 개인 양곡장에서 정부미를 빼돌려 일반미로 속여 파는 일은 허다했지만 농협이 직접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은 충격적이었다. 더욱이 위장판매가 정부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가뜩이나 쌀값 급등으로 쌓인 국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결국 주무부처인 농수산부 차관이 직접 나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정부미는 쌀값이 급등할 경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매년 농가 생산량 중 일정 물량을 정부가 직접 구매한 후 가격조절용으로 사용하는 쌀이다. 대표적인 정부미용 벼는 ‘통일벼’다. 1970년대 식량 자급 정책의 일환으로 개발된 이 쌀은 이전보다 수확량이 30%나 많아 단기간에 쌀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맛이 없는데다 냉해 등에 약했던 것. 가격도 일반 쌀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농가들도 재배를 기피했다. 결국 1980년에 이상저온으로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되자 정부도 결국 퇴출을 결정했다.

정부미의 역할이 180도 바뀐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쌀 소비 급감으로 2004년을 기점으로 쌀값이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창고에 쌓아두거나 주로 기초생활수급자 구호용으로 사용될 뿐 시중에서는 찾아보기조차 힘들게 됐다. 이후 이름도 정부미에서 ‘나라미’로 바뀌었다. 실제로 1984년 130㎏이었던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해 61.9㎏까지 줄었다. 2004년 21만7,044원(80㎏ 기준)이었던 쌀값도 지난해 10월에는 산지 가격이 12만9,000원대까지 내려갔다.



올 2월 기준 쌀 재고량은 351만톤으로 역대 최대치다. 여기에 앞으로 10년간 매년 24만톤의 쌀이 재고로 더 쌓일 것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다보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역시 공공비축용으로 35만톤, 시장격리용으로 37만톤 등 72만톤의 쌀을 매입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창고에 쌓이는 쌀이 늘어나면서 농가는 물론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두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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