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한국 경제 전문가인 마커스 놀런드(사진)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부소장이 2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개정되면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한국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쇠고기처럼 미국 측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품목도 있는 만큼 농업 분야 로비 등 민간이 개입해 미국의 정책조절에 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FTA가 미국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데 대한 한국 측의 대응 솔루션 중 하나로 ‘민간 역할론’을 강조한 것이다.
놀런드 부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제1차 한미 민관 합동 경제포럼 ‘세션1:한미 경제관계 현주소 점검’의 패널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놀런드 부소장은 “미국의 공공정책이 대단히 우려스러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민간 분야가 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매우 물질적이고 보수적”이라며 “한미 FTA뿐 아니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도 재협상에 나서는 등 여러 교역협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놀런드 부소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 내에서보다 민간기업이 문제를 제기할 때 보호주의 정책을 실제로 적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이에 따라 대미수출이 전체의 12%에 달하는 한국이 제일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 트럼프 행정부가 특히 중국에 대해 많이 우려하기 때문에 한국이 불필요하게 영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철강·태양광패널 등의 품목은 현재 한국에 대한 미국 측 적자가 큰데 이들 품목은 미국과 중국 간에도 유사하게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대응책으로 놀런드 부소장은 쇠고기 등 미국이 현재 한미 FTA를 통해 큰 이익을 누리고 있는 품목을 주시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에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소고기를 수출하고 있는데 한미 FTA가 개정되면 소고기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소고기 수출과 직결된 캔자스·네브래스카·아이오와 등지의 상원의원이 공화당 소속이라 민간의 농업 분야에 대한 로비가 (트럼프 행정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에서는 교역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농업 쪽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놀런드 부소장의 설명대로 이날 포럼의 축사를 맡은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과 동일한 맥락에서 한미 FTA 개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미 FTA 체결 이후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2배로 늘어났다”며 “양국 간 교역관계를 공정하고 균형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의 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포럼은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한미 양측이 민관합동 포럼을 통해 상생할 분야를 함께 찾자고 합의했던 데 따른 것으로 외교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함께 1.5트랙 형식으로 개최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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