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빌딩 조영래홀에서 열린 ‘남배우A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 판결 환영 기자회견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측은 ‘같음을 인정받고 다름이 이해되다’라는 제목으로 쓴 4장 가까운 피해자 여배우의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피해자 여배우는 “이번 기자회견이 사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기회가 되기를, 나아가 영화계 관행 등으로 포장된 각종 폭력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이 단순히 가십으로 소비되지 않고, 연기자들이 촬영 과정에서 어떻게 성폭력에 노출되고 있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연기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 되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배우는 “나는 경력 15년이 넘는 연기자다. 연기와 현실을 혼돈할 만큼 미숙하지 않으며, 촬영현장에 대한 파악이나 돌발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전문가”라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하게 되자 패닉상태에 빠져 제대로 된 대응 못했다. 그때서야 왜 성폭력 피해자들이 침묵하고 싸움을 포기하는지, 왜 신고나 고소를 망설이는지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30개월간 지속된 법정 다툼의 어려움을 고백했다. 순간순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적지 않았음을 털어놨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였음이 연기 활동에 장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자기 분야에서 삭제되거나 쫓겨나는 피해자들에게 저는 희망이 되고싶다”라며 “연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제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 연기를 포기하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싸우고 연대하려 한다. 억울하고 분하며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숨을 고르며 말하기를 시작하겠다”라며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 입니다”라고 글을 마쳤다.
한편, 조덕제는 2015년 4월 영화 촬영 도중 합의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여배우의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
지난13일 서울고등법원은 영화 촬영 중 상대 여배우를 강제 성추행한 혐의로 조덕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한 바 있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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