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1년5개월이 지난 2009년 7월. 정부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불법 사교육을 뿌리 뽑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학원의 불법영업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이른바 ‘학파라치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정부는 효과를 내기 위해 파격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학원비 초과징수와 교습시간 위반 신고는 30만원, 무등록 학원·교습소 신고는 50만원, 불법 고액과외 신고는 200만원까지 지급됐다. 거액의 포상금이 내걸리자 학원가에는 학파라치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40~50대 주부들은 학부모를 가장해 학원들을 돌며 불법 영업현장을 적발하는 데 열을 올렸다. 이렇게 해서 학파라치들이 2년 동안 적발한 불법운영 신고 건수는 무려 4만9,000건에 달했다. 한 40대 주부는 학파라치 활동만으로 2년 동안 3억원이 넘는 포상금을 받아 주목되기도 했다.
학파라치는 학원과 ‘파파라치(paparazzi)’의 합성어다. 파파라치는 파리처럼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를 뜻하는 이탈리아어인데 원래 유명 연예인 등을 쫓아다니며 사생활을 폭로하는 사진을 찍어 판매하는 사람들을 지칭했다. 요즘 들어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이 단어가 사용된다. 교통법규 위반을 포착한 사진을 찍어 포상금을 타는 사람은 ‘차파라치’라고 하고 신용카드 불법모집 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은 ‘카파라치’라고 부른다. 이 밖에도 유통기한을 넘긴 음식물 판매를 신고하는 ‘식(食)파라치’, 불법 선거운동 장면을 적발하는 ‘선(選)파라치’, 짝퉁상품 제조자를 특허청에 신고하는 ‘짝파라치’도 있다.
내년 3월에는 ‘개파라치’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려견에 물려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농림축산식품부가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은 개의 소유주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반려견을 둘러싸고 이웃과의 마찰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부터는 반려견 관리 소홀에 대한 신고활동도 자연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이웃을 배려하는 반려견 관리 문화가 먼저 정착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철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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