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21·토니모리)은 최근 인터뷰에서 “무엇이든 계단 오르듯 차근차근 하나하나 밟아나가는 데서 어릴 때부터 기쁨을 느꼈다”고 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를 골프인생의 첫 번째 큰 계단이라고 한다면 이정은은 지난해 신인왕 수상으로 한 계단을 더 올라섰다. 그리고 올 시즌의 이정은은 지난 시즌 못했던 우승을 네 번이나 하면서 지난주 일찌감치 대상(MVP) 수상을 확정했다. 이번주는 훨씬 높은 계단에 발을 걸치고 있다.
27~29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파72·6,489야드)에서 열리는 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이정은은 3관왕을 확정 지을 수 있다. 이미 따놓은 MVP에 이어 상금왕과 다승왕 레이스를 이번주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박성현, 2015년 전인지도 이 대회에서 상금왕을 결정 지었다. 지금은 월드스타가 된 선배들이 최고의 순간을 맞았던 바로 그 대회에서 이정은도 대관식을 치를 기회인 셈이다.
모든 대회에서 컷 탈락 없이 상금을 받아간 이정은은 10억1,200만원으로 여유롭게 상금랭킹 1위를 질주 중이다. 10회째를 맞은 서울경제 클래식의 총상금은 지난해보다 1억원 늘어난 6억원. 우승상금은 1억2,000만원이고 스위스 그로바나의 다이아몬드 시계(400만원)도 주어진다. 1억2,000만원을 더하면 시즌 상금은 11억3,200만원. 이 경우 상금 2위(7억7,000만원) 김지현(26·한화)이 이번주 단독 2위 상금 6,900만원을 챙기고 남은 2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한다 해도 이정은을 추월할 수 없다. 시즌 5승이면 다승왕도 확정한다. 3승의 김지현 등이 2연승 해도 공동 다승왕은 놓치지 않는다. 평균타수 또한 선두(69.80타)를 달리는 이정은은 이 부문 1위 역시 굳히기 초읽기에 들어갈 수 있다.
마침 서울경제 클래식과 제주의 만남은 이정은에게 특히 기분 좋은 조합이다. 지난해 서울경제 클래식에서 기록한 공동 3위가 데뷔 시즌 최고 성적이고 데뷔 첫 승을 올해 제주(4월 롯데렌터카 대회)에서 거뒀다. 올 시즌 제주에서 치른 4개 대회에서 이정은은 우승 포함, 톱3에 세 차례나 들었다. 우승·준우승·3위를 기록했다.
그린 적중률(77.9%)과 퍼트(29.7개) 4위, 드라이버 샷 거리(252야드) 15위 등 팔방미인급 기량을 자랑하는 이정은은 이달 초 올 시즌 최악의 성적인 30위를 찍기도 했지만 지난주 톱10으로 분위기를 바꾼 뒤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MVP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첫 무대인 셈이다.
시즌 4승을 노리는 상금 2위 김지현, 디펜딩 챔피언 이승현(26·NH투자증권), ‘슈퍼여고생’ 최혜진(18·롯데), 최근 오름세가 남다른 신예 이다연(20·메디힐) 등도 만만치 않은 우승 후보들이다. 손꼽히는 명문 골프장 핀크스GC에서 KLPGA 투어 대회가 열리기는 올해가 처음. 선수들은 25일 프로암과 26일 연습 라운드로 ‘비밀의 화원’ 탐색에 나선다.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