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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 생각은 크게, 시작은 작게

KAIST 경영대학 교수

<52>아이디어에 매몰되지 않는 방법

모든 사람 만족시키겠단 비전 실현하려면

순차적 타깃 서비스로 한 걸음씩 전진해야

조성주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생각하고 또 생각한 결과 처음보다 훨씬 확장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어느 날 밤에 받은 메일 내용이다. 메일 안에 여러 개의 물결(~)과 웃음(^^;) 표시가 들어 있는 것으로 봐 얼마나 즐거워하고 있는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확장된 비즈니스 모델은 여행 종합 플랫폼이었다. 많은 사람이 여행을 하는데 이에 대한 종합적인 사이트가 없다는 것이다. 어디를 가면 좋을지, 어떻게 가면 되는지, 맛집은 어디인지 등을 망라한 플랫폼이 필요하고 완성만 되면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라고 했다.

시계를 보니 밤11시가 조금 넘었다. 메일을 보낸 대표는 사업의 비전을 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것이다. 어떻게 회신하면 좋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이렇게 메일을 보냈다.

“저는 유아(1~7세) 자녀를 둔 아빠 대상의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어요. 아빠들이 아이와 놀아주는 법, 아이의 반응에 대응하는 법, 기저귀 싸게 사는 법 등을 잘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인터넷 보고 대충 검색해서 해결하고 있는데. 이런 모든 내용을 종합적으로 모아놓은 ‘아빠를 위한 육아정보 플랫폼’을 만들려고 해요. 광고·상품판매 등을 통해 수익화도 가능하고…. 와우! 멋진 비즈니스가 될 것 같아요. 조언 구할게요.”

잠시 뒤 회신이 왔다.



첫째, 아빠가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를 한번에 만들 수 없으니 어떤 정보를 가장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를 알기 위해서는 대상 아빠군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군집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자녀의 나이를 1세에서 7세로 보는 것 같은데 아이의 나이별·성별에 따라 필요한 정보의 차이가 크고 아빠의 직업, 거주지역 등에 따라서도 필요 정보의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셋째, 정보에 경쟁력이 있으려면 기존 방식으로는 구하기 어려운 것이어야 한다. 즉, 아빠들은 현재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인터넷카페를 통해, 아내에게 물어보는 것으로 해결한다. 새 플랫폼에서 제공하려는 정보는 기존 방식보다 더 나은 것이어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비즈니스도 이런 점을 살펴봐야 한다며 다시 정리해보겠다고 했다.

바로 그거다. ‘생각은 크게, 시작은 작게(Think Big, Start Small)’.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비전은 좋지만 시작부터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눈사람을 만들려면 먼저 눈덩이를 뭉쳐야 한다. 눈덩이도 없는데 눈사람을 어떻게 만들겠는가.

페이스북을 생각해보자. 페이스북이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면 그저 그런 서비스로 끝났을 것이다. 하버드생들을 열렬히 만족시키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메일을 보냈던 대표도 이런 내용을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비즈니스 계획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때때로 아이디어에 매몰되지 말고 한 발자국 떨어져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sungjucho@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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