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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언론인 고미요지, 北 김정은을 말하다] <4>자식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수해서...김정은 후계 논리

2011년 12월30일부터 주요 직위 거머쥐어

세습 정당화하려 10대원칙 바꿔 핵무력 명기

김정일 사망 6개월 전 인터넷 공개된 후계자론

"핏줄과 달리 사상은 유전되지 않는다"..정은의 강변

[日 언론인 고미요지, 北 김정은을 말하다] <4>자식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수해서...김정은 후계 논리





주요 포스트를 거머쥐다

김정은은 아버지 신격화를 끝낸 뒤, 직위를 챙긴다. 2012년 4월 10일 4차 당대표회에서 당 제1서기라는 새로운 최고자리를 만들어 취임했고 당 중앙군사위 위원장으로도 올라섰다. 그는 부친이 죽은 뒤, 2011년 12월 30일에 이미 조선인민군최고사령관이 돼 명실공히 북한의 최고가 되었다.

4월 13일 최고인민회의 12기 5차 회의에서 국방위 제1위원장이라는 최고 포스트가 신설돼 김정은이 취임했다. 김일성 100회 생일인 4월 15일에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벌이고 연설도 했다.

이때까지가 제도적 준비기라고 한다면 그 뒤 지도자로서의 행동도 개시했다. 북한은 4월13일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는데, 김정은을 축하하기 위한 발사였다.

10대원칙을 바꾸다

권력세습이 결정되고 나서 북한은 주민들에게 ‘김정은=후계자’라는 것을 철저하게 하기 위해 사상교육도 시작했다.

‘당 유일사상 10대원칙’(1974년 2월)을 수정했는데 10대원칙(‘당 유일영도체계 확립 10대원칙’)은 당 규약과 헌법 위에 군림하는 김일성 절대화의 계율이다. 북한 주민들은 이 원칙을 암기해야 하는데 그때 개정에서 표제가 바뀌어 영도체계라는 용어가 쓰였다.

서문에서 김일성의 항일 무장투쟁기술이 빠지고 모든 업적이 김일성과 김정은에 의한 것으로 바뀌었고 핵무력을 명기했다. 김일성의 성과를 강조했던 부분을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 ‘김일성-김정일주의화’라는 새로운 표현으로 바꿨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동격으로 해서 신격화하고 김정은 제1서기의 세습에 이유를 붙였다. ‘김일성·김정일 주의’라는 용어는 당규약과 헌법 중에 사용되고 있지만, 당규약과 헌법 위에 군림하는 절대계율에는 반영돼 있지 않다. 당의 존재가 강조돼 공산주의 용어는 사라졌다. 김씨 패밀리의 업적이 무엇보다 전면으로 등장한 것이다.

멋대로의 후계자론

북한은 2011년 6월 후계자론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그때까지도 북한은 내부 문서를 통해 후계자 문제에 대해 견해를 나타내 왔을 뿐이다.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원수의 유일 후계자’라는 제목의 당 간부용 제강(1976) 등이 그것이다.

이번 후계자론은 인터넷에 공개된 점에 의미가 있다. “후계자의 지도체제는 수령의 영도체제 안에 당을 근간으로 수립된다.” “후계자의 지도체제는 당의 유일한 영도체제”이며 “당의 영도권을 장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의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김일성 방송대학 필자의 논문이 게재됐다. 이 논문은 2010년 당대표대회를 “주체혁명위업 계승의 일관성을 담보하는 근본 조건이 준비된 역사적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 대회에서 김정은 후계자를 내외에 드러냈다.





*출처:서울경제 2016년 5월 9일자

사상과 풍모를 이어받다

특히 이 논문은 계승의 중요성과 후계자의 자질 및 선출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해 눈길을 끈다. 논문은 “지도의 승계 문제는 나라의 앞날과 관련한 사활적인 중대사”로서 “수령의 사상과 지도업적, 풍모를 계승하는 것”라고 강조했다.

누가 후계자가 되어야 하는가? 논문은 이 점에 대해 “후계자는 보통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자질과 풍모를 갖춰야 한다”며 수령에 대한 충실함, 인민대중에 대한 사랑, 문무겸비 등을 들었다. 논문은 또 “세계사회주의 운동의 역사를 보면, 수령이 생존할 때 누구보다 만세를 소리 높여 외친 정치적 야심가들이 영도적 지위에 오르고 영수사상과 노선을 헐뜯고 수령의 업적을 비난해 말살했다”고 지적해 소련의 스탈린 비판을 은근히 겨냥했다. 후계자 선출은 선거가 아니라 추대 절차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일도 1997년 당총서기에, 1998년 국방위원장이 되고 선거 등의 절차 없이 지역별 추대만으로 취임했기 때문에 이것을 정당화하려는 저의다.

후계가 된 것은 우수했기 때문?

김정은의 권력승계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이유를 붙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2012년에 ‘혁명가의 고아는 망경대 혈통, 백두산의 혈통을 확실히 이어가는 선군혁명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망경대 혁명학원·강반석 혁명학원 창립 65주년 때 학원의 교직원·아동·생도에게 보낸 서간’이라는 긴 제목의 정은의 글이다. 일본에서 발매된 김정은 저작집에 실려 있다.

서간에는 “망경대 혁명학원(1947년 설립)과 강반석 혁명학원은 아동·생도에 대한 교육에서 무엇보다 사상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혁명가의 핏줄을 이어받았다고 해서 아들이 저절로 혁명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위대한 대원수들이 가르쳐준 대로 사람의 피는 유전되지만 사상은 그렇지 않다. 혁명사상은 유일하게 끝임 없는 사상교육과 실천투쟁 속에서만 신념화되어 굳건한 지침이 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그가 김정일의 후계가 됐다는 것은 자식이라서가 아니라 사상투쟁과 실천계획에 의해서라며 자기에게 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선전하는 것이다.

/고계연기자 kogy2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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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최근 한반도 정세(외교 안보 등)를 좌지우지하는 핵심인물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이라 하겠다.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 그리고 섬뜩한 말 폭탄 주고받기로 긴장과 전쟁 위기감을 키우는 두 사람. 이제는 ‘선전포고 주장’까지 나오는 일촉즉발 험악한 형국이다.

트럼프에 맞서는, 30대 초반의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미치광이인가? 전략가인가? 그의 성장 과정과 인성 등을 들여다보고 북한의 과거 현재 미래 전반을 분석·예측해보는 일본 언론인 고미요지(도쿄신문 편집위원)의 원고를 입수했다. 국내 판권을 가진 서교출판사 김정동 사장이 번역서 출간에 앞서 콘텐츠 사용에 대해 양해를 해줬다. 일부 수정을 거쳐 정기적으로 옮겨 싣는다.

* 고미 요지(五味 洋治) :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쥬니치신문 서울지국에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중국총국에서 근무하며 북한 뉴스를 쫓아왔다. 올 2월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과 7년 동안 주고받은 전자우편 대화록이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으로 지난 2013년 번역 소개되기도 했다. 현재 도쿄신문 편집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6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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