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에서 ‘객실 서비스만 좋으면 만사형통’이라는 경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관광객들의 마음을 유혹하기 위해 ‘미술관 뺨치는’ 컬렉션으로 무장한 호텔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치열한 관광객 유치 경쟁의 한복판에서 세계적인 건축가와 미술 작가의 작품을 전시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아트 호텔’들을 골라 봤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그래머시파크호텔’의 소유주는 영화감독이자 미술가인 줄리언 슈나벨이다. 영화 ‘잠수종과 나비’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분야를 넘나드는 예술가답게 직접 고른 미술 작품을 호텔 곳곳에 배치했다. 방문객은 이 호텔에서 앤디 워홀, 장 미셸 바스키아, 키스 해링 등 세계 1급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뉴욕 유일의 사유지 공원인 ‘그래머시파크’를 산책하는 것 또한 이 호텔 투숙객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싱가포르의 쇼핑 명소인 오차드 로드 인근에는 ‘더세인트레지스호텔’이 자리하고 있다. 로비에 들어서면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싱가포르관 대표 작가로 선정된 첸 거 찬의 대형 회화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와인과 칵테일을 즐기는 애스터 바(Astor Bar)의 벽면에는 파블로 피카소의 ‘투우사’ 시리즈가 걸려 있고 마르크 샤갈, 마크 토비의 작품이 비치된 객실도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아트 호텔’로는 지난 4월 인천 영종도에 오픈한 ‘파라다이스시티’가 첫손에 꼽힌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그리스 신화 속 날개 달린 백마인 ‘페가수스’를 재현한 작품이 확 눈에 띈다. 바로 데미안 허스트의 ‘골드 레전드’다. 허스트는 8,601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해골을 형상화한 ‘신의 사랑을 위하여’라는 900억원 상당의 작품으로도 유명한 작가다. 뿐만 아니라 이 호텔에는 구사마 야요이, 알레산드로 멘디니, 로버트 인디애나 등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이 수두룩하고 화장실에서는 박서보의 소품과 이우환의 판화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바르셀로토레데마드리드’도 빼놓을 수 없는 아트 호텔 중 하나다. 이 호텔은 스페인 출신 디자이너인 하이메 아욘의 손길을 거치면서 마드리드의 ‘관광 아이콘’으로 새롭게 부상했다. 호텔 입구에 들어서면 이곳의 트레이드마크인 산딸기를 먹는 곰 조각상이 투숙객을 맞이한다. 마드리드만의 문화와 역사, 예술을 모던한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들도 호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객실 역시 감각적이고 우아한 조명과 화려한 색감의 가구들로 꾸며져 여행의 기운을 한층 북돋워준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호텔스컴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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