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대학 수시모집이 진행 중인 가운데 강원도의 한 국립대학에서 예체능계열 실기고사가 불공정하게 치러져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학교에 항의하고 있다. 학교 측은 재시험을 보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평가위원을 위촉해 수험생들의 작품을 평가하기로 했지만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25일 학부모 등에 따르면 강릉원주대학교에서 지난 21일 오전 10시부터 패션디자인학과 실기고사가 치러졌다. 6명 모집에 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고사 종목으로 ‘기초디자인’을 선택한 수험생들은 두 개의 교실로 나뉘어 시험을 봤다.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따라 수시모집에서는 최대 6회까지만 지원할 수 있고 이번 실기고사는 성적반영비율이 100%인 탓에 수험생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시험이었다.
실기시험 소재가 문제였다. 한 수험장에서는 시험 감독관이 기초디자인 소재인 가위와 줄자(실물)를 각각 1개씩 나누어주고 시험을 치르도록 했으나 다른 수험장에서는 나누어주지 않았다. 이미 다른 대학에서 실기시험을 치러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실물은 없느냐”, “실물이 인쇄된 프린트물은 없느냐”고 물어봤지만 감독관은 “알아서 그려라”고 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시험을 치른 한 수험생은 “시험 시간이 45분 정도 지나고 밑그림의 90%가량을 그렸을 때 감독관이 줄자와 가위를 탁자 위에 올려놓더니 ‘실물을 참고할 사람은 보고 들어가라’고 했다”면서 “어이가 없어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시험을 마쳤다”고 전했다. 시험이 끝나고 옆 고사장과 다른 조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동일하지 않은 조건에서 치른 시험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실물이 있고 없고 차이는 작품 완성도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학교 측은 항의하는 학부모들에게 “28일 다른 소재로 재시험을 치르겠다. 못 오는 수험생은 기존에 제출한 그림으로 채점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다른 소재로 재시험을 보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그날 다른 학교 수시시험이 있다”며 반발했다. 학교 측은 재시험 응시 가능 인원이 절반밖에 되지 않자 지난 23일 입학전형관리위원회를 통해 새 평가위원이 수험생 전원의 작품을 채점하기로 했다.
강릉원주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진행상의 착오로 한 고사장에는 수험생에게 실물을 개별적으로 줬으나 다른 고사장은 그렇지 못했다”며 “내부적으로 어떤 착오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수험생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공정하게 채점할 것이며 앞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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