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알려진 개포동 567번지 일대의 구룡마을 개발사업이 오랜 표류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룡마을은 강남 도심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자연환경이 뛰어난 입지로 부동산 업계의 관심이 높은 곳이다. 그동안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수시로 화재 및 수해사고가 발생하는 등 시급한 정비가 필요했음에도 개발방식을 둘러싼 서울시·강남구청·토지주 간 갈등으로 개발사업을 통한 정비가 지연돼왔다. 이에 서울시는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지난해 12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시행자로 지정하고 개발계획을 수립했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산하 공기업인 SH공사는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추진 동의안’을 지난 16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지방공기업인 SH공사의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총 사업비 200억원 이상의 신규 투자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시의회 의결을 거치게 돼 있다.
동의안에 따르면 수용에 필요한 비용 4,344억원과 공사비 4,665억원을 포함해 총 1조3,957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이 중 SH공사가 6,122억원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주택도시기금 지원 552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7,283억원은 분양수익금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오는 11월께 시의회에서 동의안이 처리되면 내년 사업실시계획 인가를 거쳐 설계 및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재무성 및 경제성 분석 결과 사업성이 확보됐다는 게 SH공사의 판단이다.
SH공사는 사업 대상지인 총면적 26만6,304㎡ 중 총 2,692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임대 1,107가구, 분양 1,585가구)이 들어서게 될 제2종 일반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 11만5,830㎡에 대해 국제설계 현상공모 및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SH공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고급 주거시설들이 들어서 있는 주변 도시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구룡마을은 강남 지역 입지에 걸맞은 고급 주거단지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반 분양가는 최소 3.3㎡당 3,500만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구룡마을 개발이 완료되면 서울 강남 한복판의 전원 속 새로운 주거단지가 돼 은퇴자 및 베이비붐 세대들의 선호도가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토지 보상 문제가 향후 개발사업 추진의 최대 난관으로 꼽힌다. SH공사는 보상을 위해 토지의 실제 소유주 등 현황을 조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공영개발 방식이 확정되기 전 일부 토지주들은 민영개발 방식을 주장하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 일부 토지주들은 새로 지어질 공동주택의 특별공급분을 요구하는 등 보상 방식에 대해 여전히 이견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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