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자치분권 로드맵’은 지방자치단체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자체가 권한을 갖고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대신 중앙정부나 국민들의 통제도 강화한다는 취지다. 다만 재정분권의 핵심인 국세·지방세 비중 조정에는 상당한 이견이 있어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먼저 과세자주권과 자치입법권을 확대하는 쪽으로 지자체의 권한이 강화된다. 이날 로드맵에서 눈길을 끈 내용은 과세자주권 확대다. 앞으로 지방의회가 세목을 만들면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걷을 수 있게 된다. 다만 마구잡이 과세를 막기 위해 법률과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한도 안에서 가능하다.
정부는 엄격한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헌법에 ‘법률이나 법률이 정한 조건에 따라 지자체의 자율적인 과세 가능’이라는 문구를 넣는다는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개헌 시 지자체(지방의회)에서도 조례를 통해 세목을 설정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다만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자치입법권을 확대해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사항’에 대해서는 자치법규를 만들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행 헌법은 ‘법률에 규정된 사항만 할 수 있다’고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최근 청년수당 등 법률에 없는 규정을 만든 서울시 등 지자체들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 지자체 개념을 확실히 하기 위해 현행 헌법상 ‘지방자치단체’ 명칭을 ‘지방정부’로 변경한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헌법개정 사항이라 내년 개헌 때 적극 반영한다는 게 행안부의 계획이다.
대신 지자체 책임도 강화된다. 먼저 현재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주민소환제도를 완화하기로 했다. 청구권자의 3분의1과 유효투표수 과반수의 찬성으로 주민소환이 확정되지만 앞으로는 이런 규정이 완화된다. 이럴 경우 지자체장 소환을 쉽게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주민투표 제외대상도 축소할 계획이다.
예산에 대한 주민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로드맵에 담겼다. 예산 전 과정에 주민참여를 확대하고 주민 조례개폐청구권 요건도 확대한다. 지방의회 의장의 사무직원 인사권을 확대하고 지방공기업 인사청문회 도입도 추진된다.
이 밖에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가 구축된다. ‘자치단체 간 연계·협약제도’를 도입해 행정구역을 초월한 서비스 제공을 유도하고 다수의 지자체가 구성원이 되는 별도의 법인체로서 ‘광역연합’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는데 최대 난제가 지방분권의 핵심사항인 재정분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으로 현재 8대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4로 만들어 지방정부의 재정권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일정을 못 박지 못했다. 이번 로드맵에서도 선언적 계획만이 담겼을 뿐이다.
국세를 다루는 기획재정부가 여전히 난감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당초 행안부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 등을 조정할 ‘지방 재정분권 종합계획’을 올해 말까지 만들기로 했지만 내년 2월까지로 연기했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이번 초안을 갖고 지자체와 각 부처의 의견을 모아 오는 12월까지 자치분권 로드맵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안부는 지방직인 소방공무원 모두를 국가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다만 시·도지사의 인사권과 지휘통솔권은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지역단위 재난에 대비하도록 했다. 또한 문 대통령 임기 내 소방관 2만명 추가 충원계획을 재확인했다. 현재 소방공무원은 4만4,792명이다. /여수=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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