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관련 기밀문서 가운데 수백 건을 마지막 순간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기밀로 분류된 문서 중 2,800여 건은 즉시 공개 승인했으나 특정 정보는 공개될 경우 국가안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 및 다른 연방기관 건의를 반영해 나머지 문건은 공개를 미룬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기밀문서 전체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서 “오랫동안 기대했던 JFK(존 F. 케네디) 파일이 내일 공개될 것”이라며 직접 공개 일정을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992년 제정된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기록 수집법’에 따라 규정된 시한(2017년 10월 26일)을 모두 채워 공개하기로 했던 문서 중 일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에 문서 공개를 위해 수정 편집 작업이 필요하다는 연방기관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백악관 메모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베일이 벗겨지도록 명령했지만 동시에 행정부 부처와 연방기관은 특정 정보가 국가안보, 법 집행, 외교적 우려 때문에 수정 편집돼야 한다고 내게 제한했다”며 “안보에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는 것보다는 수정 편집 작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국가기록보관소에 있는 특정 문건은 앞으로 180일 동안 다시 검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대통령은 기밀 문건에 담긴 내용이 정보 당국과 사법기관, 외교·안보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직권으로 기밀 해제를 미룰 수 있다.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관련 기밀 해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암살 배경을 놓고 여러 음모론이 끊이지 않아 기밀이 공개될 때마다 많은 관심을 끌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63년 11월 22일 미 텍사스 주 댈러스 시내에서 부인 재클린 여사와 카퍼레이드를 벌이던 도중 암살범 리 하비 오스왈드가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당시 사건을 조사한 워런 위원회는 이듬해 “오스왈드가 저지른 단독 범행이며 배후는 없다”는 보고서를 내고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수사는 종결됐지만 미국 내에서는 케네디 암살론을 둘러싼 음모론이 끊임없이 일었다. 서거 50주년이던 2013년 갤런 여론조사에서 미국민 60%가 ‘단독 범행이 아니고 거대 배후가 있다’고 응답했다. 음모론 중에는 쿠바 또는 옛 소련 배후설, CIA 개입설, 오스왈드 외 공범 존재 가능성 등이 떠올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기밀 공개를 앞두고 케네디 암살과 관련돼 대표적 의혹을 소개하기도 했다. NYT는 “오스왈드가 총탄 세 발을 발사하고 케네디 전 대통령과 존 코널리 전 텍사스 주지사를 맞혔는데, 두 발은 빗나가고 한 발이 동시에 두 명을 저격한 것으로 나타나 ‘마법의 총탄’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당시 화창한 맑은 날에 우산을 쓴 남성이 발견됐는데 ‘엄브렐러맨’으로 알려진 남성은 아직도 미스터리”라고 보도했다. 붙잡힌 암살범 오스왈드를 이틀 뒤 경찰이 호송할 때 저격해 숨지게 한 사업가 잭 루비의 살해 동기도 불분명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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