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 1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퇴임 이후 공석인 헌재소장 자리에 이진성 현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27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헌재소장 후보자로 이 재판관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 후보자는 권력으로부터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내용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는 등 국민의 기본권과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헌재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배경을 말했다. 또 “이 후보자는 김이수 재판관 다음의 선임재판관일 뿐만 아니라 법관 재직 시 법원행정처 차장, 각급 법원장을 거치는 등 풍부한 행정 경험이 있어 장기간의 소장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 헌재를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명한 인물로, 광주고등법원장을 지낸 후 헌법재판관으로 일해왔다. 지난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당시 김이수 현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함께 “성실 직책 수행 의무를 위반했다”는 보충 의견을 내기도 했다.
청와대의 이날 지명은 다수의 예상을 깬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18일 공석인 헌법재판관 자리에 유남석 광주고등법원장을 지명했다. 정치권 등에서는 유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헌재소장으로 지명될 것이라고 해석해 왔다. 유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직접 낙점한 인물이고 헌법재판관이 소장으로 일할 경우 임기와 관련한 명확한 법이 없는 가운데 유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은 6년을 임기로 한다’는 조항을 적용받아 6년간 헌재소장 임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후보자는 현 정부와 성향은 비슷하지만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임기가 내년 9월이면 만료돼 정치권에서는 헌재소장 후보 가능성을 낮게 봐 왔다.
이날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 청문회, 표결을 거쳐 취임하게 되면 임기는 헌법재판관으로서의 내년 9월까지로 보고 지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헌재소장과 관련한 입법 미비도 원만하게 처리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행보는 국회에 대한 헌재소장 임기 입법을 에둘러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관련 법에 따르면 헌법재판관이 헌재소장이 되면 임기를 잔여임기로 할 것인지, 아니면 헌법재판관 임기인 6년을 새롭게 시작할 것인지 불명확하다. 청와대의 입장에서 보면 헌재소장 공백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 한 모양새다. 이 후보자의 임기가 내년 9월로 1년도 채 안 남았음에도 그를 헌재소장으로 지명해 헌재소장 공백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양새를 취했기 때문이다. 만약 국회가 청와대의 노력에도 헌재소장 임기와 관련한 입법을 미룬다면 국회를 향한 여론이 나빠질 수 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